고3 때 환경부장이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환경미화 때 임원 엄마들에게 큰 관엽 화분과 사물함 위에 나열할 동양란 화분을 잔뜩 걷으시고는 나를 불러서 죽이기는 아깝지 않냐고 화분에 물을 챙겨 주라고 시키셨다.
부탁받은 루틴은 그럭저럭 잘 챙기는 편이라 한 1년 꾸준히 물을 줬더니 졸업할 때까지 죽은 건 없었고 사물함 위의 난들은 뒤쪽의 히터 때문인지 뿌리가 파뿌리 마냥 벌크업 된 상태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동양란은 모양이 그렇게 커지면 가치가 없다는 모양.(뭐, 되팔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에게 동양란은 고3과 뗄 수 없는 기억이 있는데 쌩훈님이 이번에 승진하시면서 받으신 축하 난이 세 개나 된다며 하나 키워보시겠냐고 권하길래 내 돈 주고 살 일은 없을 것 같아 덥썩 받았다.
꽃으로 검색해보니 이름은 보춘화인 듯.
외부에서 들이는 식물은 모두 분갈이가 기본이라 엎어보니 사무실에서 관리하기 편하라고 그랬는지 수태로만 꽉꽉 채워져 있어서 전부 뜯어내고 과습 때문에 물러진 뿌리 잘라내고 미리 사뒀던 난석 채워서 정리 끝.
빛과 통풍이 다 충족되는, 저 크기 화분을 둘 만한 자리가 내 옆 밖에 없어서 저기에 뒀더니 볼 때마다 고3때의 기억이 새삼 소록소록 올라오는 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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