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고3 때 환경부장이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환경미화 때 임원 엄마들에게 큰 관엽 화분과 사물함 위에 나열할 동양란 화분을 잔뜩 걷으시고는 나를 불러서 죽이기는 아깝지 않냐고 화분에 물을 챙겨 주라고 시키셨다.

부탁받은 루틴은 그럭저럭 잘 챙기는 편이라 한 1년 꾸준히 물을 줬더니 졸업할 때까지 죽은 건 없었고 사물함 위의 난들은 뒤쪽의 히터 때문인지 뿌리가 파뿌리 마냥 벌크업 된 상태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동양란은 모양이 그렇게 커지면 가치가 없다는 모양.(뭐, 되팔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에게 동양란은 고3과 뗄 수 없는 기억이 있는데 쌩훈님이 이번에 승진하시면서 받으신 축하 난이 세 개나 된다며 하나 키워보시겠냐고 권하길래 내 돈 주고 살 일은 없을 것 같아 덥썩 받았다.

꽃으로 검색해보니 이름은 보춘화인 듯.

외부에서 들이는 식물은 모두 분갈이가 기본이라 엎어보니 사무실에서 관리하기 편하라고 그랬는지 수태로만 꽉꽉 채워져 있어서 전부 뜯어내고 과습 때문에 물러진 뿌리 잘라내고 미리 사뒀던 난석 채워서 정리 끝.

빛과 통풍이 다 충족되는, 저 크기 화분을 둘 만한 자리가 내 옆 밖에 없어서 저기에 뒀더니 볼 때마다 고3때의 기억이 새삼 소록소록 올라오는 토요일 오후.

동양란 화분은 저 한 종류인가. 검색해도 모든 집 화분이 다 저 모양;; 나 고등학교 때도 저거랑 비슷했던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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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ㅋㅋㅋㅋㅋ 화분 말씀하셔서 구글에 ‘동양란 화분’으로 검색해서 이미지를 봤다가 빵 터졌어요. 정말 한결같은 화분이네요. 저기에 보이는 구멍은 찐구멍인가요? 아니면 장식용? 통풍이 중요해서 구멍을 뚫을 수 밖에 없는건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서양란 화분으로 검색해보았습니다.
    동양란은 꽃은 수수하고 잎사귀는 쫍찌리한데에 비해, 서양란은 잎이 넙데데하고 꽃이 엄청나게 크군요?! 잎이 넓고 낮아서 낮은 화분에서도 잘 지내는건가! (저런 옥색 도자기 화분은 거의 보이질 않네요)
    예나 지금이나 착실하신 리츠코님 댁에 난들이 잘 자라기를!

    1. Ritsko

      안쪽에 원통형으로 한겹 더 있어서 구멍은 막혀있어요. 대신 아래쪽 물빠짐 구멍이 다른 화분에 비하면 좀 크더라고요. 모든 동양란 화분이 다 저렇게 생긴 거 너무 웃기지 않나요. ㅋㅋ
      서양란은 식물 크기에 비해 화분이 좀 작아도 상관없더라고요. 뿌리가 겉으로 좀 나와도 그냥 둬도 되고. 그래서 저런 본격적인 화분은 필요없었어요.
      검색하면서 본 건데 서양란은 꽃을 즐기는 거고 동양란은 향을 즐기는 거라네요. 🙂 저희집 건 지금 꽃은 향이 좀 약해졌고 다음번 개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2. 화성해파리

    꽃이 핀상태로 받은걸 받은지 일주일 정도는 꽃향기가 은은했는데 오늘 보니 향이 많이 죽은거 같아 아쉬웠네요. 저종류가 관리가 까다로은데 꽃이 새로 피였을땐 또 은근 보람이 있더라고요..

    1. Ritsko

      우리집에서 제일 (인공적으로) 빛과 통풍 조건이 좋은 곳에 두었으니 또 새로 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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