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Day 2

·

·

큰 파도가 치고 가면 수습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듯이 공황도 한번 크게 오고 나면 며칠 동안 여파가 남는다. 오랜만에 훅 치고 지나가고 나니 다시 안정을 찾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고 혹시 해서 약을 넉넉하게 챙겨오길 다행이었다.

오늘은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도쿄─메이킹 오브 해리 포터>라는 체험관이 토시마엔에 있다길래 예약해놨는데 다 보고 나면 디즈니랜드 쪽 숙소로 이동해야 해서 하필 평소보다 이동도 많은 날이었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수면의 질도 별로 좋지 못하고 영 불안한 상태로 오전을 시작했는데 그래도 이동하고 구경하고 하는 동안 많이 좋아졌더랬다.

해리 포터 스튜디오는 적당히 촬영장을 재현해 둔 정도겠지 했는데 예상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린양이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처럼 전시물 하나하나마다 멈춘 것도 아니고(아예 풀 코스튬으로 차려입고 와서 세트 하나하나마다 찍는 사람이 수두룩) 천천히 걸어서 돌았는데 거의 2시간 반 가까이 걸렸다;

나는 영화는 3편까지, 책은 불사조 기사단까지 봤던 것 같은데 오늘 스튜디오 돌면서 알 것 다 안 듯하다. 😑

이케부쿠로에서 로컬선을 타고 갔는데 작정하고 홍보 중인지 열차는 아예 래핑 상태. 스튜디오는 의외로 한적한 주택가(…) 한복판에 공원처럼 있었다.

건물 앞에는 몇 가지 조형물들도 있고…

예약은 인터넷으로만 가능. 현장 예매는 불가능했다. 예매창을 여는 기간도 정해져 있어서 우리가 알아봤을 때는 아슬하게 우리가 갈 수 있는 날, 그리고 다음날 예매만 열려 있었더랬다. 입장객 수를 제한해서 그런지 사람에 치일 정도는 아닌 채로 적당히 잘 보고 나왔다.

초입은 촬영장 사진들과 전세계 포스터들로 장식돼 있었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직원이 나와서 간단히 스튜디오에 대해 설명해주고(여기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곳이라고) 약간 어트랙션 느낌 나게 흥도 올려준다.

초반에 마주하는 곳은 식당. 기숙사별로 교복 등등을 정리해놨고 맨앞에는 선생님들이 서 있다.

여기를 지나면

계단이 움직이는 기숙사 세트장이 등장.

해리 방과 해리 침대.

나는 영원히 룰을 이해하지 못한 퀴디치.

대충 여기까지는 봤던 듯도 한데…

스튜디오 자체가 아는 만큼 즐거울 곳이었다. 나는 해리 포터도 절반쯤 봤고 신비한 동물 사전도 한두편 대충 훑은 정도라 적당히 이게 뭔지 아는 정도였지만 이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시간 반이 아니라 하루종일도 있을 수 있을 듯;;

금지된 숲… 이라는데 내 기억에도 주인공들이 여기에 잘만 들락거렸던 듯하다. 딸내미 말로도 금지됐다기보다 뭔일 나도 ‘책임 못진다’인 거 아니냐고.

밖으로 나오니 해그리드 집.

린양이 오기 전부터 버터 맥주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드디어.

위의 거품은 진한 생크림 맛이고 아래는 진저에일 같았다. 다 마시고 나면 컵은 가져가는 거라 아예 포장용 비닐을 같이 준다.

야외 공간에도 사진을 찍거나 볼만한 게 꽤 많았던 편. 사람들이 슬금슬금 줄을 서길래 그냥 지나치려다 뭔가 하고 보니 더즐리 집. 해리가 지내던 계단 밑 공간이 있을테니 안 볼 수는 없지.

응접실, 부엌, 선룸 등등으로 구성된 영국의 주택 구조를 제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체스판도 있고.

전체의 절반쯤 지점에 버터맥주를 파는 카페가 있었고 그 뒤로도 한참 뭐가 남았다길래 뭘 더 볼 게 있을까 했는데.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 정류장.

동시에 여러 명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벽에 박힌 카트가 대략 대여섯 대 주르륵 늘어서 있다.(…)

다른 샵에는 없고 기차역 앞 레일샵에서만 파는 한정 품목도 몇 가지 있다.

신비한 동물 사전 공간도 꽤 비중이 있는 편.

이걸 보면 십중팔구 ‘해그리드 공 왜 목만 오시었소’ 하겠지. 🙄 이런 식으로 연기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오브제들을 지나면.

갑자기 눈앞에 다이애건 앨리가 짠.
이때는 좀 ‘우와’ 하고 기분이 들떴다.

거의 마지막까지 오면 거대한 호그와트 미니어처가 있는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빙글빙글 걸어내려오면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이건 좀 보면서 압도당했다.

린양은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굿즈는 취급하지 않는다’며 극중에 나왔던 목걸이와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기숙사라는) 래번클로 목도리 겟. 그리고 좋아하는 캐릭터의 지팡이도. 🙄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극락, 아니어도 적당히 즐거운 공간이었다. 의외로 교복에 로브까지 갖춰 입은 어른들도 많고 사진도 엄청 찍는데 그게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좋아하는 장르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일생에 몇 번이나 있을까.

1시 입장을 예약해서 다 돌고 나오니 3시 반쯤? 호텔에 맡겨놨던 짐 찾아서 마이하마로 이동했는데 아슬하게 퇴근 시간은 피할 수 있어서 비교적 편하게 움직였다.

숙소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으려고 들어간 쇼핑몰에서 눈 빠르게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딸기 우유와 쇼트 케이크를 파는 가게를 발견한 린양 덕에 딸기 쇼트 케이크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

9 responses

  1. WG

    사진으로만 봐도 재밌네요. 해리포터 좋아하는 사람에겐 천국이 여기겠는데요 ㅎㅎ

    1. Ritsko

      딸내미는 또 가고 싶대요. 그래서 또 가게 되면 너만 들어가고 우리는 다른 데 가서 놀 거라고 했어요.(…)

  2. YNot

    볼거 드럽게 없던(…) 네리마에 해리포터 스튜디오 생겼다고 해서 ‘얼추 USJ 어트랙션 정도 규모인가?’ 하고 기대했는데 엄청 크군요. 좋은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1. Ritsko

      동네가 그냥 주택가던데요?;; 전철이 길가의 집이랑 너무 딱 붙어 지나가서 깜짝 놀랐어요. ㅇ0ㅇ

      1. YNot

        네리마가 거의 베드타운이고 많이 황량한 동네라 제가 있을 적엔 이타바시와 더불어 사실상 사이타마 취급을 했었지요. 디즈니씨도 잘 다녀오세요 ㅋㅋ

        1. Ritsko

          오늘 갔을 때도 저기 말고는 되게 휑한 느낌이었어요;;
          내일은 디즈니랜드입니다~ 작년에 못 본 <미녀와 야수>를 드디어. -.ㅠ

  3. 은다

    우왕 스크롤이 아쉬울 정도로 여행기가 짧습니다!!ㅋㅋㅋ 농담이고요. 여행 사진들 덕분에 제가 다 여행가는 기분이네요+_+b

    1. Ritsko

      찍은 사진이 아까워서 붙이고 붙이고… ^^;;;

      1. 은다

        사진 찍은거 있으심 계속 붙여주세요~ㅋㅋㅋ 우와 하면서 봤었거든요.ㅎㅎ

Leave a Reply to YNot Cancel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