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고양이 카페에 갔을 때 그 친구들에게 나도 린양도 굉장히 위로를 받았는데, 그러고나니 가족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이쯤에서 진지하게 반려동물을 들이는 걸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사람이나 린양은 진작부터 ‘반려동물이라면 언제든지’ 입장이어서 나만 결정하면 바로 진행할 일이었으나 나는 그 흔한 병아리도 한번 키워본 적 없고 데려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할 생명이라 여러모로 망설였더랬다. 상담 가서 선생님과도 이게 지금 상황에 괜찮을지 깊게 이야기해보고 마침내 새 식구를 들이기로 했다.
2/13 반려동물을 들이기로
당연히 유기묘를 데려올 거라 어디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하나, 막막해서 SNS에 질문을 올리니 여러 군데 추천이 들어왔고 그중에서 일단 포인핸드앱으로 업데이트 되는 아이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눈에 들어오는 아이가 있으면 캡쳐해서 이틀 정도 모은 후 연락을 돌려봤는데 주인이 찾아올지 모르니 걸어놓는 공고 기간은 역시나 형식적인 것이어서(그중에 길을 잃은 경우가 얼마나 될 것이며, 보호소는 항상 자리가 부족할테니) 우리가 연락한 아이들은 대부분 이미 입양을 간 상태.
이 아이다 싶으면 바로 연락해야 하는구나, 라는 요령을 터득하고 내내 앱을 리로딩했는데 막상 ‘눈에 드는’ 이라는 게 어떤걸까, 어느 정도 나이를 데려와야 하는걸까 막막했다.
이번에 알게 된 건 세 식구가 모두 좋아하는 취향이 달랐다는 점.
린양은 턱시도 아니면 털색이 옅은 아이가 좋다고 하고 옆사람은 태비, 나는 치즈.(…)
나나 옆사람은 어차피 누가 오든 정 붙이면 똑같다 쪽이라 린양 선택에 맡기기로 했고 몇살 정도를 데려올 것인가, 의견을 나눠보니 린양은 그래도 좀 어릴 때부터 자라는 걸 보고 싶다고.
그래서 대략 3~5개월 사이 월령을 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내 타임라인에 이런 글이 떴다.

출산 경력이 있는 한 살 좀 넘은 아이라는데 너무 예쁘게 생겼길래 일단 린양에게 보여나 줬더니 그대로 꽂혔다. 린양의 첫마디가



묘하게 세 식구 취향을 다 가졌다고 생각함.
“굳이… 나이가 중요할까?”
글을 올린 인스타 계정을 타고 들어가니

낳은 아이와 함께 김천에서 구조돼서 서울에 입양처가 정해져 올라왔다가 갑자기 취소됐는데, 어리면 아무래도 입양이 쉬울 거라 그랬는지 딸 쪽은 서울 임보자에게 남고 이 아이는 부산에 있는 임보자에게 간 상황.(전국을 누볐겠다)
2/16 입양 신청서 제출
입양 신청서를 넣으니 바로 연락이 왔는데 그뒤로 생각보다 진행이 느려서 어찌된 일일까 했더니 서울 임보자 쪽에도 입양 신청자가 있었다고.
어차피 2월 17일에 중성화 수술이 예정돼 있어서 실밥 풀고 이동하려면 2주 정도 뒤에나 데려올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임보자들도 좀 천천히 고민하는 듯했다.
나는 이왕 들이려고 마음먹은 건데 누구라도 빨리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 반, 저 아이였으면 하는 미련이 반이었는데 린양은 일단 저 아이를 기다려본 다음에 새로 찾고 싶다고 해서 그러기로.
인스타는 검색이 워낙 엉망이라 뭘로 검색해야 하나, 감이 안 왔는데 저 두 계정을 보면서 ‘#입양홍보’라는 태그가 눈에 들어와 그걸로 검색하니 비슷하게 임보하면서 입양 홍보하는 계정이 잔뜩 나왔다.
포인핸드앱을 통하면 우리 집 같은 초보는 보호소에서 애를 데려와 그야말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런 방법이면 기존에 데리고 있던 사람이 아이의 성향이나 이런저런 것들을 게시물로 많이 올려놔서 미리 알 수 있는 정보도 많았고 고양이도 집생활에 익숙해진 후라 좀 수월해보여 기다리는 동안에 부지런히 계정들을 수집해뒀다.(그리고 내 인스타 피드는 고양이로 가득해서 요즘 매우 행복함)
2/20 입양 확정


이런 메시지와 함께 입양이 확정됐다.
그리고 드디어 SNS에도 데려올 아이가 정해졌다고 올리고.

입양이 정해진 시점부터 회복까지도 꽤 시간이 남아서 여유있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부산까지 가서 데려오는 게 걱정이었는데 임보자분이 본인은 반드시 아이가 살 곳을 보고 보내서, 직접 데려오신다고 해서 한시름 덜었다.
중성화 수술과 회복 관리도 원래 우리가 해야 했던 일인데 노련한 임보자분이 모두 맡아주셔서 여러모로 감사했다.
이름 짓기
처음에 린양은 고양이를 들이면 거트루트나 힐데브란트, 이런 이름을 짓고 싶다고 했었다.😑(김 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같은 건가) 줄여야 하면 좋아하는 이름은 힐다. 아니면 본인과 돌림자를 넣어달라고.

그러나 정작 먼지를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나서 린양이 지은 이름은 마리.
이름을 마리라고 지었다고 했더니 SNS에서는 왼쪽의 마리 이야기가 나오고 임보자 분은 아리스토캣의 마리를 생각했는데 딸내미는 딱히 염두에 뒀던 것 없이 그냥 ‘마리’처럼 생기지 않았냐고.
자기는 아빠 성을 따랐으니 마리는 엄마 성을 붙여주자고 해서 마리는 김마리(…)가 되었다.


집에 오는 날은 3월 8일로 정해졌고 그 사이에 나는 고양이에게 유해한 식물과 집안 정리 돌입.




이 코너 공간은 아마 마리Zone이 될 듯.
다행히 실내에서 키우던 것들 중에 정리할 게 많지는 않았는데 그중에 주로 관엽들이 문제였고(싱고니움이나 아글라오네마 계열이 독성이 있다는데 내가 가진 게 주로…) 그래도 1년 넘게 키우던 것들을 무작정 버리기도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니 다행히 가져가겠다는 분들이 계셔서 무사히 내보낼 수 있었다. 식물도 산 것인데 필요없어졌다고 무작정 썰어버리기도 좀…

캣타워를 조립하고 사료를 사고 고양이 모래와 화장실을 준비하고.
사람이 아닐 뿐 과정은 집에 ‘새 식구’가 들어온다는 점에서는 준비할 것도 많고 고민할 것도 많다. 오히려 사람이 아니라서 더 준비할 게 많기도 했고.



임보자분이 틈틈이 영상이나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유심히 보면서 실제로는 어느 정도 크기일까, 어떤 아이일까 세 식구가 머리 맞대고 이야기 나누면서 쌓이는 애틋함도 각별했다.


3월 3일에 마침내 실밥 뽑고 서브스턴스 코스튬도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집에 오기 일주일 전쯤. 임보자분 인스타 스토리에 마리 사진이 올라왔다.


3월 5일에 보내주신 사진은 보자마자 빵 터졌다.



너… 개그계였구나? 옆사람이랑 잘 맞을 것 같아.
당분간 심심할 일은 없을 것 같은 예감.
오늘은 캣타워 자리 잡고 방묘문 달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듯하다.
내일 보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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