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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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너무나 편해진 건가… 혼자 장난감 통에서 좋아하는 걸 골라서 가지고 나오더니 터널에서 신나게 구르며 놀고는 저렇게 뻗었다. 😑

당사자가 너무 편하게 지내서 마치 우리집에서 7년 쯤 산 것 같지만 알고보면 이제 막 열흘 지난 시점에서 소소하게 변한 것들과 성향을 보니

일단 털결이 달라졌다.
처음 왔을 때는 만졌을 때 감촉이 부직포 같아서 아, 원래 이런 애인가보다 했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그 사이에 트리트먼트 한 것 마냥 부드러워졌다.
사진 받은 것들 보면 임보자분이 먹는 건 좋은 걸로 잘 챙겨주셨던 것 같은데 얘 성향이 다른 고양이들과 어울려 즐거운 편이 아니라 이전에 있던 곳에서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있었던 모양.

낮에 내내 자고 밤에 돌아다니더니 갈수록 낮에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밤에도 우는 횟수가 줄었고 본인이 원하는 자리를 돌아가며 자다깨다 한다.
무조건 잠은 해먹에서 자더니 이제 소파도 침대도 쉬어도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되는지 낮에는 소파에서 곧잘 잔다.

마요 언니가 성묘는 아무거나 들이받지는 않고 잘 피해다니더라, 하셨는데 마리가 그런 타입인 듯. 이제 제법 집안 구석구석 궁금한 데가 많아서 안 가는 곳이 없는데 어딜 가든 원래 놓여있던 물건들은 삭삭 잘도 피해 다녀서 딱히 말릴 명분이 없다;;

모래 때문에 온 집안이 버석거리는 건 역시나 피할 수 없어서 실내에서 면슬리퍼 신고 생활 중.(원래 여름 빼고는 신고 다님)
청소기도 매일 돌리는데 청소기 소리가 나면 얼른 어딘가 높은 곳에 올라가 저렇게 빤히 쳐다본다. 싫어도 어쩔 수 없다네.

캣닙은 먹지는 않고 오다가다 냄새 맡는 정도.
캣그라스는 마침 집에 사뒀던 적당한 통이 있길래 조금만 키워봤는데 정말 빨리 자라더란;; 처음에는 관심없더니 먹을 수 있는 걸 알고는 오며가며 아삭아삭 먹다가 어느 순간에는 하나씩 뽑아서 뿌리만 남기고 기가막히게 발라(?) 먹어 치웠다.
많이 먹으면 토하거나 설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양 늘이지 말고 지금 정도로 키워서 가끔 간식 삼아 둬야겠다.

기존에 있던 화분들은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지금 실내에 둔 건 대부분 호접란인데 딱히 맛이 없어 뵈는지 입을 갖다댄다 싶다가도 그냥 지나치더니 그중에서도 잎끝이 뾰족한 동양란은 먹으려고 덤벼서 결국 베란다로;; 테이블 야자가 보통 고양이들에게 작살이 난다던데 동양란이나 테이블 야자처럼 잎끝이 뾰족한 건 먹어보는 게 아닐까 싶다.(호접란은 잎이 대부분 둥글하다)

건식은 잘 안 먹고 습식만 먹는데 최근까지도 밥을 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 먹어서 잘 먹는 아이구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길거리 생활에서 임보소를 거치면서 있을 때 다 먹어둬야 한다, 는 방식이 몸에 배어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제오늘은 사료를 주면 바로 다 먹지 않아도 남아있다는 걸 인지했는지 먹다 남기고 시간이 좀 지나서 마저 먹기도 하고 다 안 먹고 남기기도 한다. 슬슬 좋아하는 브랜드가 뭔지도 좀 보여서 다음번에 주문할 때는 그것들 위주로만 시키면 될 듯.
뭐가 떨어져 있으면 덥썩 주워먹는 편도 아닌 것 같다. 대체 길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

천성적으로 애살있는 성격인 듯.
그동안 지켜본 우리 식구는 ‘마리는 어느 집에 갔든 외동이기만 하면 적응해서 잘 살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식구들이 욕실에 들어가면 그 앞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기도 한다.
우리집 욕실문 아래쪽에 간유리로 된 창이 있어서 욕실 안에서 보면 그 유리 너머로 검은 게 보일 때가 있는데 그건 앞에 마리가 앉아있는 경우. 별거 아닌데 욕실에서 나올 때 문 앞에서 그러고 있으면 ‘왜 그러고 있었어~’ 하고 괜히 혀짧은 소리로 알은 척 해주게 된다

초반에는 머리 아래쪽으로는 만지는 걸 피하더니(그러면서 끊임없이 먼저 와서 머리를 들이댐) 지금은 만질 수 있는 부위(?)가 많이 넓어졌다. 아직 앞에 와서 앉거나 직접적인 스킨쉽은 하지 않는데 앞으로 얼마쯤 걸릴까.

이제 슬슬 칫솔질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안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네… 🤔

15 responses

  1. WG

    ㅋㅋㅋㅋㅋ 본문에 애살있다가 있어서, 이런이런~ 사투리를 쓰셨잖아~ 했는데 아니나 달라 댓글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요즘도 나쁜 의미로 쓰이지 않습니다. 적극적인 의지표현(긍정적)이 눈에 보인다 정도로 씁니다.
    마리가 점점 편해 한다는 소식에 제가 노곤노곤해지는건 왜일까요~!

    1. Ritsko

      가끔은 제가 아는 단어 중에 그거 말고 어울리는 말이 없을 때가 있더라고요. ㅋㅋ 애살있다라는 말을 딱 마음에 차게 대신할 말이 없었어요.

      실제로 고양이의 하루를 보고 있으면 정말 노곤하던데요. 어찌나 잘 자는지. 타임라인의 어느 분 말처럼 다음 생에는 애묘인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

  2. ASTERiS

    이전 임보분들이 잘 챙겨주셨더라도 계속된 변경된 환경과 수술이 많이 피곤했었나보네요.

    1. Ritsko

      김천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생각해보니 파란만장이네요. 이제 더 안 다녀도 된다는 걸 알면 좋을텐데요. 🙂

      1. ASTERiS

        슬슬 눈치채서 털이 고와지지 않았을까요 ^^

  3. TnK

    사랑스러운 마리 기다렸던 시간까지도 같이 한 시간이나 다름없으니 사람은 벌써 꽤 긴 시간 같이 한 것 같은데 아직 열흘남짓밖에 안되었으니 천천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ㅎㅎㅎ
    수의사님들이 늘 하는 얘기가 고양이는 그 상황의 impression을 기억하고 그걸 바탕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양치나 발톱깎이같은 일이 마리도 싫어하는 일이 되지 않으려면 조금더 신뢰를 쌓고 천천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고양이는 충치가 생기지는 않는대요 보통 양치를 하려는 이유는 치석이 생기는거랑 잇몸질환을 예방하려고 하는것 같아요. ㅎㅎㅎ

    1. Ritsko

      아, 충치 문제는 아니었군요. 그럼 쪼금 더 여유를 갖고 봐도 되겠어요. 요번주부터 부쩍 마음을 놓는 게 보여서 뭔가 싫어하는 걸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더라고요. 이빨과자는 가끔 주고 있는데 일단 그 상태로 좀더 기다려볼게요. ^^ 발톱은 역시 엄두가 안 나서 당분간은 병원에 갈 일 있을 때 깎아달라고 하려고요. ^^;;;

      1. 쿠키한입

        14년 키우고 있지만, 건식 위주로 먹이고 물에 고양이 가그린? 같은거 타서 주고 하니 입냄새는 좀 있으나 치석은 별로 없더라고요. 습식 먹이시니 칫솔질 필요는할텐데 느긋이하셔도 될것 같아요.

        1. Ritsko

          고양이 가그린이 효과가 있나봐요. 그것도 사봐야겠어요. 저는 혹시 충치라도 생길까 걱정한 건데 치석 때문이면 조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칫솔이라는 물건에 익숙해지게 해볼까봐요. 다들 치아관리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걱정됐거든요. ㅡ.ㅜ

  4. JJ

    애살있다는 표현 처음 봤어요! 사랑스러운 어감이네요

    1. Ritsko

      오, 그렇군요. 저희집에서는 자주 썼는데 경상도 쪽에서 많이 쓰는 걸까요.

      1. 커피마시는곰

        애교가 많다는 말인가요? 검색해보니 전혀 다른 내용 두 개가 함께 나와요

        1. Ritsko

          제가 쓴 건 이 뜻에 가까운 것 같아요.
          https://naver.me/xOPt5agB

          1. 커피마시는곰

            긍정적인 의미로 의욕이 있다 정도인가봐요. 감사합니다!

          2. 장미의신부

            국어사전에 애살스럽다…애바르다 다 너무 나쁜 의미로 나와있어 아니 이게 이런 의미였나? 싶었는데…예문들을 보니 과거엔 그게 그렇게 나쁜 의미가 아니었나보다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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