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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Happy New Year!


방학 시작

린양 방학이 시작됐다.(그리고 도곡동 삼시세끼의 시작…ㅠ.ㅠ)
지난 겨울방학, 올 여름방학 연이어 미국에 가느라 방학 날짜가 다가오면 방학식보다 일찍 출발하니까 체험학습 신청서 등등 챙기고 여행 준비로 정신없다가 다녀와서는 곧바로 학기가 시작해버렸다. 그래서 이렇게 여유로운 방학 시작은 오랜만인 기분.

그러고보니 2017년은 내 인생에 가장 먼 곳까지 갔다온 해였다.
대학 때도 어학연수 같은 걸 갈 기회가 없어서 앞으로도 미국까지 갈 일이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인생은 알 수 없는 일.
명분이야 혜린이 영어 실력 향상(?)이었지만 결론은 세 식구가 어디 가서든 어떻게든 살려면 살겠다(?)는 자신감과 경험치도 얻은 긴 여행이었다.
오가는 비행 시간은 너무 괴로웠지만 여름의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정말 환상이었고.

전쟁기념관

한 해의 마지막을 하루 앞두고 잡혀있던 린양의 역사 수업은 전쟁기념관에서 듣는 6.25 관련 내용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오늘따라 애들 수업듣는 분위기가 마음에 드셨는지 2017년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데에 의의를 두고 불타오르셔서 오전 9시에 포츠담 회담(…)에서부터 시작한 수업이 다 듣고 나니 자그마치 오후 2시였다.(보통 12시 좀 지나면 끝남)
긴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이 워낙 입담이 좋으셔서 애들은 훌륭하게 집중하며 들었는데 후반부에 들어가니 아이들 뒤쪽에 포진해있는 엄마들이 체력 고갈로 슬슬 대형이 무너지기 시작. 기념관 안에서 잠깐씩 이동할 때마다 엄마들끼리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소근댔는데 들으면서 한 생각은 ‘6.25가 끝나야 끝나겠지(…)’

힘없는 나라는 내 땅에서 일어나는 전쟁조차 내 전쟁이 아니더라는 씁쓸한 감상과 지독하게 힘들고 괴로운 전쟁의 처참함을 듣고 나니 의도치 않게 경건한 마음으로 밝아오는 2018년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운전


매년 해야할 일 리스트 상위에 올려두고 미루기만 하다가 봄에 쌍둥이들이 학원을 그만두면서 그냥 나도 관두고 근처 학원으로 옮기느냐 작년 겨울에 미국갈 때 쓸 용도로(그러고 거의 쓸 일 없었던) 연수를 받았던 김에 내가 애를 실어 나르느냐 선택의 기로에 섰는데, 나같이 게으른 자도 자식 앞에는 장사 없다고 그래도 지금 학원에 올해까지는 다녔으면 싶어서 결국 운전대를 잡았다.
좁은 주공 아파트 주차장에서 옆차 긁어서 범퍼 갈아주기(…), 전면주차 하다가 앞 범퍼 깨먹기,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 빼다가 기둥에 오른쪽 뒤쪽 긁어먹기 및 주차장 올라오다가 왼쪽 뒤쪽 긁어먹기 등(그래도 이 둘은 고무 기둥이라 피해가 미미함) 자잘하게 차를 구박하며 반년 가까이 셔틀 노릇 하고 이번달로 꼬박 3년 넘게 다닌 영어학원을 마치면서 아마도 학원에 실어나르는 건 당분간 끝.

그래도 근래에는 아예 린양이 뒷좌석에서 좌우방(?) 카메라 노릇을 하며 2인 1조로 차를 몰고 다닌 건 나름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쌩초보 뒤에 타고도 학원가는 길에 한숨 잘 자는 린양의 배포(?)에 리스펙트. 내 차에 타고 놀라거나 잔소리하지 않는 것도 린양밖에 없다!(이외에 태워본 사람도 거의 없지만)
어쨌거나 내 운전 실력은 여전히 제자리에,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학원가는 길 뿐(…)

운전을 해보니 ‘차를 몰고 간다’는 행위 자체는 싫지 않은데 도로에 올라갔을 때 일어나는 수만가지의 돌발상황에 대한 스트레스에 내가 너무 취약한 것 같다. -_-; (애초에 어디든 내 발로 걸어다니는 게 훨씬 편한 것도 크고…)

다이어리


작년 하반기부터 다음날 할 일을 적어두는 정도만 쭉 쓰다가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 쪽 이런저런 날짜 스티커들을 다운받아서 프린트해 붙이는 재미, 만년필과 잉크 쓰는 재미로 짧게 일기도 남기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그 날에 대해 뭔가 남긴다고 펜을 잡았더니 처음에는 매일매일이 비슷해서 쓸 것도 없다 싶었는데(학교 숙제로 일기 쓰느라 머리 싸매는 린양의 기분을 새삼 공감함) 조금씩 쓸 거리도 늘어나 지금은 오히려 쓸데없이 주절주절 너무 많은 기억을 남기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좀 심플하게 줄여 기록해둘 예정. 내년에는 가능하면 그림으로 더 많이 남겨보고 싶다.
나름 하루의 소소한 도락이라 내년에도 계속할 요량으로 새 다이어리는 류지님이 트래블러스 노트 커버 사이즈에 맞춰 재단해주신 미도리 노트로 준비하고 1월 1일을 기다리는 중.(아직 0.5밀리 더 잘라야 하지만)

1일 1마스크 팩

이것도 작년 가을부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1년을 훌쩍 넘었다.

1일 1마스크팩


마스크팩 쓴 다음부터는 피부에 뭐가 올라온 적이 거의 없고(혹자는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니라 그런 게 아니냐고도 하지만 일단 아침에 세수할 때 손에 닿는 피부 느낌이 안 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좋아서) 그때그때 기초 화장품 고르는 것보다 오히려 편해서 앞으로도 쭉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도 일종의 습관이라 저녁에 ‘씻고 스킨으로 한번 닦아낸다음 바로 냉장고에서 팩 꺼내 붙이는’ 과정이 몸에 붙으니 매일 세수하는 마냥 당연해지더란.
여름까지는 페이스샵 마스크팩 한 제품만 계속 쓰다가 요즘은 다양하게 사보고 있는데 가격이 비싸고 싼 건 생각보다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2017년 읽은 책들

http://ritzdays.net/2017-bookshelf
소설류는 여전히 심하게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편식 중. 많이 읽지만 별로 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신작이 나오면 관성으로 손에 잡게 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올해 읽은 책 중 기억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평소 잘 안 읽는 장르인 ‘나는 가해자 엄마입니다’ 였다. 시리즈의 엔딩이라 의미있었던 비블리아 7권도 재미있게 봤고.
만화 중에서는 ‘해골 서점 직원 혼다씨’를 보면서 제일 크게 웃었던 것 같다. 초공감한 책은 아무래도 ‘스노우 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을 읽기 시작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이 책 1권을 읽었을 때가 고1, 그리고 책은 전국, 해외를 돌아 서울까지 오니 내 나이가 마흔이구나, 세월 참… 싶다.

2017년 들은 것들

아이폰 플레이 리스트에 큰 변화는 없지만 차에서 몇번 틀었더니 린양이 좋아해서 의외였던 건 안예은의 곡들. 사극에 이 가수 톤은 정말 조합이 좋았다.
평소에 아이유를 그렇게 특별히 찾아듣지는 않는데 올해 유난히 따로 손이 갔던 곡은 아이유, 오혁의 ‘사랑이 잘’이랑 에픽하이의 ‘연애소설’.

알 수 없는 일

며칠전에 문득 컴퓨터에서 십여년째 쓰고 있는 폴더 하나가 지워진 걸 발견했다.
맨 처음 홈페이지 만들기 시작한 때부터 여기저기 일본 사이트들을 웹서핑하면서 모아둔 배경이나 아이콘 같은 홈페이지용 이미지들, 블로그 백업 등등을 모아둔 ‘홈 관련’이라는 폴더인데 내가 이걸 내 손으로 지웠을리는 없고 졸다가 미끄러져 다른 곳으로 폴더가 들어갔나 검색도 해봤는데 안 보인다.
대화방에 이야기하니 파일 복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원래 있던 폴더 위치에서 돌리니 별 수확이 없었고 아예 휴지통을 복구해봤더니 드문드문 파일이 뜨는 걸로 봐서 정말로 내 손으로 지운 모양.(…)
아주 크게 중요한 게 있었던 건 아닌데 요즘은 일본 쪽도 웹 소재들 제공하던 사이트들이 많이 문을 닫아서 지금은 구할 수 없는 파일도 있으니 좀 아쉽고 허전한 기분.

2017년 마지막날은 대청소에 집중할 예정.
연말에 감기로 골골대느라 안 입는 옷 정리, 욕실 청소 등등 미뤄둔 일이 한가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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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responses

  1.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1. Ritz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실톡 새 버젼이 나왔는데 린양 주고 싶은데 현재 저희가 한국에 없어서… 해결되는 대로 한 잘 보내드릴께요 ^^

    1. 여기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자꾸 잊어버려서…(…)

    2. Ritz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신간 나오면 제가 챙겨 사야하는데 매번 혜린이까지 챙겨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필요하면 제가 사도 되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

  3. 전 그랜드성형외과에서 런칭한 화장품브랜드 마스크팩(대표원장이 헤뷔베프에요 ㅋㅋ) 얻어서 써봤는데 좀 따가웠어요. 1일1팩 꾸준히 대단하세요!! 전 요즘 화장도안하는데 ㅎㅎㅎ 다시1일1팩해봐야겠네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1. Ritz

      원래 피부도 좋으시면서~ : ) 팩 중에 따가운 게 가끔 있더라고요. 저도 사서 써보고 따가운 건 제외하면서 이것저것 써보고 있어요. 좀 귀찮아도 한달 정도만 꾸준히 하면 그 다음부터는 습관이 되는거 같아요. 꼭 성공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