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가족들과 함께 말아톤을 보고 왔습니다.
생각해보니 가족이 모두 같이 영화를 보러간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네요. 영화 자체가 워낙 ‘가족용’이라고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 왠지 이 작품은 가족들과 함께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들더군요.(…)
게다가 사실 극장에서 틀어주는 예고편만 보고서도 눈물이 글썽해졌던지라 본편 영화를 보면 어쩌면 심각하게 울지도 몰라서 가족들이랑 차타고 가서 보고 잽싸게 돌아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잔머리도 있었습니다만… 옆에서 엄마와 둘째 동생은 꽤 눈물을 흘린 것 같은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는 그렇게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예고화면에 나왔던 장면이 아무래도 주로 감동을 주는 포인트들인데 그걸 미리 충분히 보고 나서 전체 영화를 보니 그냥 영화 자체에 감동하면서 즐기게 되더라구요.

영화 내용이야 이미 많이 알려진대로 실화를 토대로 재구성한 한 자폐아의 이야기입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좀 가다듬은 다큐멘터리 느낌도 나고, 그런 만큼 아주 ‘재미’있거나 ‘스펙터클(…)’하지는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무리 없이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전체적으로는 약간 밋밋하지 않은가 싶긴 한데 그래도 요소요소에 무리하지 않은 코믹한 장면들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제작 블로그에서 보고 뒤집어진 사진..;

이 말아톤은 정말로 배우 ‘조승우’에 모든 것을 올인했습니다. 만약 조승우가 이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영화 자체도 맥없이 폭삭 주저앉았을테니까요. 관록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엄마 역의 김미숙조차 존재감을 흐리게 할만큼 조승우의 연기는 엄청납니다. 영화 속의 조승우는 이미 배우가 아닌 20살 자폐아 청년 그 자체더군요.
젊은 배우들 중에서 발군의 연기실력을 가진 데 비해 뜨는 작품을 잘 못 고르는 감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것 같아 기쁘네요.

개인적으로는 코치 선생과 초원이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의 이야기가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처럼 이런 스승과 제자라는 테마는 늘 극적이면서도 가슴 찡합니다.
그밖에도 초원이의 동생으로 나온 배우도 제법 눈에 띄더군요. TV 드라마에서 주로 주인공의 소년시절 역을 많이 맡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제대로 한 역할을 맡아서 엄마에게 소외되어 반항하고 싶어하는 동생의 심정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뼈와 살이 튀는 블록버스터 극장가에서 이런 작품이 선전한다는 건, 그래도 사람들이 아직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 무언가를 채우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집에 와서 이미지를 찾기 위해 서핑하다 알게 된 영화 현장 일기가 담긴 블로그.
http://blog.naver.com/mt_chowon.do
단순히 영화 홍보용이라기보다는 제작 현장의 이야기라든지 배우들의 화면 밖의 모습을 담은 스틸컷들이 많아서 꽤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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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리츠코

    키딕키딕>나는 그 장면도 예고에서 여러번 봐서 그런지 그냥 좀 찡하다 말더라구..; 나는 마지막에 골인하는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었음.

  2. 키딕키딕

    어우~ 전 “우리 아이에겐 장애가 있어요” 장면에서 그만 펑펑 울어버렸더랬지요. 영화에서 ‘아 내가 우는 구나~’를 느끼지 않고 그냥 울어버렸던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