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화에서 화분으로 넘어가면서 가장 당황했던 게 식물을 가꾸는 속도.
절화는 이미 뿌리를 제거한 결과물을 최대한 오래 ‘살려두는’ 것이 목적이다보니 한번 화병에 꽂고 나면 거의 매일 물을 갈아줘야 하고 무른 아래 줄기를 조금씩 자주 잘라내주고 물을 올려 꽃을 피우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게 줄기의 잎은 최대한 제거해하고 가끔은 꽃 자체도 꽃잎이 시들면 빨리빨리 떼어내야 길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관리하면 길게 봐서 일주일.(꽃에 따라 그보다 길게 볼 때도 있지만)
화분으로 넘어와서 이 감각으로 식물에 손을 대니 식물들이 버거워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화분에 심은 식물은 하루이틀 안에 씨앗이 발아하거나 잎이 길어져 나오지 않고 가끔은 이게 죽었는지 살았는지 고민스러울 정도인데 그러다 또 어느 날 문득 보니 새 잎이 한가득 올라와 있어 놀라기도 한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절화를 키우는 건 비트가 빠른 댄스곡 같다면 화분을 키우는 건 나와 화분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 좀 더 느리고 느긋한 왈츠 같은 느낌.
에드워드 가위손이 된 마냥 화분에 가위를 휘두르다가 몇몇 개의 화분을 시들하게 만들고 나서 이제야 속도를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손을 대야겠다고 생각하는 타이밍보다 한 박자 쉬고 들어가야 한다.
쿵 짝짝, 쿵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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