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을 들이기 시작하고 슬슬 사계절을 한 바퀴 돌았는데 꽃이 피고 새 잎이 올라오는 걸 보는 재미도 크지만 올 봄에는 겨우내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걸 보며 ‘이게 정말 살아있긴 할까’ 의심하며 몇 번을 정리할까말까 하던 화분에 날이 조금씩 풀리면서 어느날 문득 새 잎이 퐁퐁 올라와있는 걸 발견하는 놀라움이 각별하다.
산 건지 죽은 건지 몇 번을 가지 끝을 잘라봤던(단면을 보면 색으로 알 수 있어서) 미스김 라일락의 가지마다 어느새 몽글몽글 새 잎이 올라와 있었고 역시나 가지만 남은 채 자리를 차지하던 핑크퍼퓸 라일락에는 꽃대가 달렸다.
앉은 자리 옆에 라일락 꽃을 두고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지.
세상에는 온통 배울 것 투성이라고 하지만, 이번 봄에는 성격이 급한 내가 이 나이에 새삼 라일락에게 믿고 기다리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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