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아침에 일어나니 페이스북은 무심하게 알림을 보낸다.

직접 전할 수 있다면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마그마마냥 이글거리는 뜨거움으로 축하의 말을 전할텐데.

문득 작년 7월 13일 오전 시간이 생각났다.
전날 밤이었던가 당일 아침일찍이었던가, 대화방에서 꽃 사러 가지 않겠냐고 언니가 먼저 물었는데 날도 덥고 좀 귀찮아서 어쩔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대화방에는 언니 생일 축하 인사가 오가기 시작했다.

생일인 줄 미처 몰라서 선물도 준비한 게 없는데 생일 당일에 보자니 좀 그래서 다음으로 미룰까 하다가 오히려 생일인 언니가 먼저 만나자고 한 건데 그냥 얼굴 보고 내가 커피를 사든 매번 꽃사고 들르는 신세계 지하에서 뭔가 선물하면 되겠지, 싶어 집을 나섰다.

그날 산 꽃은 천일홍이었나보다. 언니는 뭘 샀더라 찾아보니 언니는 나랑 같이 천일홍이랑 자나 장미를 한다발 사셨었네.

평소보다 크지 않은 꽃다발을 안고 막 오픈해서 사람이 거의 없는 신세계의 BAKE에서 치즈 타르트를 한상자 사는 김에 언니에게 생일선물이라며 한 상자 사드리고 폴바셋에 앉아 일상적이면서도 간간히 평소와는 좀 다른 화제들로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 그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른 오전 시간에 헤어졌다. 며칠 뒤에 있을 모임에서 보자고 인사를 나누며.

그날따라 평소보다 언니 아버님의 전화가 너무 잦았고 언니가 속상해서 언성을 높이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했고 유난히 언니가 지쳐보여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마음에 걸렸더랬다.

아마 앞으로도 살면서 페이스북이 나에게 저 알람을 보낼 때마다 나는 언니와 함께 보낸 2016년의 7월 13일 오전의 이 기억들을 다시 소환하겠지.
적으려고 보니 벌써 기억은 조금씩 흐릿흐릿해지고 있어 이렇게 글로 박제.

아직도 길을 가다가 버스를 탔거나 앞에 굵은 웨이브 머리의 자그마한 아가씨가 서 있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놀라고 나서 다시 한번 ‘아 나는 아직 언니가 세상에 없다는 걸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씁쓸해진다. 이건 언제쯤에나 익숙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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