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난주 맛있는 녀석들에 망개떡이 나오는 걸 보니 갑자기 망개떡이 먹고싶어졌다.

대화방에서 망개떡이 먹고싶다고 했더니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찾아봤는데

쌀가루를 쪄서 치대어 거피 팥소를 넣고 반달이나 사각모양으로 빚어 두 장의 청미래덩굴잎 사이에 넣어 찐 경남 지방의 떡.
경상도 지역에서는 청미래덩굴을 ‘망개나무’라고 칭하는데, 그로 인해 ‘망개떡’이라 불리게 되었다. 청미래덩굴 잎의 향이 떡에 배어들면서 상큼한 맛이 나고, 여름에도 잘 상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라고 되어 있는 걸 보고 이 나이에서야 ‘아, 그게 경남 음식이었구나’ 하고 또 하나 새롭게 배웠다. 🤔

생각해보면 내가 이 망개떡을 처음 본 것도 어린 시절 남해의 해수욕장에서였는데 해수욕장을 가면 망개떡 장수들이 나무막대 양 끝에 망개떡과 팥 당고를 가득 채운 유리 상자를 매달고 돌아다녔더랬다. 팥을 가득 두른 당고도, 잎에 싸인 떡도 유리 상자 안에 있으니 유난히 예뻐보여서 망개떡 장수가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무슨 맛일까 궁금해했던 기억이 있다.
매번 외숙모가 먹을 걸 가득 준비해주셔서 별다른 기회가 없었다가 한두번 정도 외할머니가 지갑을 여셨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 처음 먹어봤을 듯.

망개떡 장수가 들고 다니던 상자가 내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검색하니 한 십여년 전까지는 간간히 사진이나 기사가 보이는데 그 뒤로는 눈에 띄는 게 없다.
(사진 출처: [사라져 가는 것들] 망개떡 장수)

찹쌀이 아닌 멥쌀이라 쫀득함은 덜하지만 떡을 이로 끊어낼 때 더 깔끔하게 떨어지고 망개잎 향이 스며있어서 베어물면 은은하게 상큼한 향이 난다. 요즘은 딸기를 넣은 망개떡/일반 망개떡 두 가지로 팔고 있어서 둘 다 사봤는데 린양은 딸기망개떡 파, 나는 망개향이 좀더 잘 느껴지는 보통 망개떡이 마음에 들었다.

가게에서 보낸 설명서에 적힌 말로는 겨울보다 여름에 먹는 망개떡에서 망개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멥쌀 떡이라 그런지 냉동 보관했다가 먹으면 맛이 덜하다고 해서 친정에 반 나누고 남은 건 거실 식탁 위에 두고 종일 들락날락하며 결국 다 먹어치웠는데 다음에 먹고싶어지면 이런 식으로 반 나눠서 당일에 먹고 끝내면 적당할 듯하다.

망개떡에 대해 궁금해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걸린 네이버 오픈 사전에 유난히 ‘일본에서 유입됐을 것’이라고 강조한 글을 보고 스크롤을 다 내렸더니 글을 쓴 사람이 일본 사랑으로 유명한 그 사람이어서 빵 터졌고, 좀더 찾아보니 망개떡은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기록에 있던 향토음식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임진왜란 때 산속으로 피해다니면서 끼니 대신 먹었던 떡이라는 설과 가야에서 시집갈 때 싸갔던 음식이라는 기록인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잎에 무언가를 싸서 보관했다가 나중에 먹는 시도는 어느 나라에서나 해봤을 것 같아서(모님 왈 ‘잎에 먹을 거 싸는 건 저기 미들어스의 엘프도 한다’고 하셨다) 이게 어디에서 유입됐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고 오히려 망개떡 장수가 목도 양쪽 끝에 유리 상자를 달고 다니는 건 일제시대의 잔재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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