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린이 낳고 처음 집에 와서 며칠은, 모든 신생아 키우는 부부가 그렇겠지만 매일 밤이 자는 게 자는 게 아니었다.
웃긴 게, 옆사람은 원래 수면 패턴이 광속으로 잠들고 빨리 깨는 타입, 나는 잠이 들기가 힘든데 한번 자면 하염없이 자는 타입이라 구조상(?) 괴롭기는 내쪽이 더 괴로운데(실제로 본인 말로도 밤에 몇 번씩 일어나는 건 할 만했다고. 신생아 키우기에 최적화된 인간) 어쨌거나 젖은 내쪽에서 나오고 있고(인간적으로 여자가 낳았으면 젖은 남자쪽에서 나오도록 진화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진짜…) 모유수유 중이니 밤중에 두시간에 한번은 꼬박 깨야했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 초반에 밤 수유는 옆사람이 깨서 분유를 대신 먹여도 봤는데 린양이 분유가 안 맞는지 변을 힘들게봐서 내가 그깟 잠 좀 더 자겠다고 애를 힘들게 하나 싶어 결국은 완전 모유수유로 전환.
밤마다 애가 울 때마다 주섬주섬 일어나 앉아 젖을 물리기를 며칠 지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애가 깨서 울면 옆사람이 먼저 애 기저귀를 확인하고 갈아준 다음 나한테 애를 넘겨주는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
나중에는 기저귀 갈아주며 ‘식권 받아가야지’ 라고 농을 쳐서 빵 터졌는데, 그러고는 항상 젖 먹이는 내내 베개를 지지대 삼아 안고 졸면서 앉아 있길래 왜 도로 안 눕고 그러고 있냐고 물었더니 ‘어디선가 읽었는데 신생아 키울 때 애엄마가 혼자 앉아서 젖 먹이는 게 제일 외롭다더라’며 그 뒤로도 린양이 어느 정도 커서 내가 누워 젖을 물리며 그대로 잘 수 있을때까지는 항상 같이 깨서 앉아있어 줬다.(비교적 빨리 획득한 평생 까임 방지권)
그래서인지 내 신생아 밤중수유의 기억은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어도 정신적으로 우울하거나 한 적은 없다.
옆사람에게서는 가끔 사소하지만 생각 못했던 배려를 배운다.
몸이 안 좋을 때 물을 좀 갖다 달라고 부탁하면 물만 갖다주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반드시 그 물 마시는 걸 기다렸다가 컵을 다시 받아 돌아서는데, 겪어보니 물을 받아 마신 사람은 그게 훨씬 편하다.
어제 그제 새벽에 갑자기 공황으로 좀 힘들었는데 보통 이러면 세번째 날도 잠들기 전에 오늘도 힘들면 어쩌나 걱정을 안고 눕게되고 도움이 될까 싶어 핫팩을 데워 안고 잠들었는데 다행히 어제는 별일 없이 잘 지나갔고 새벽쯤에 잠깐 정신이 드니 핫팩이 거의 식었길래 밀어놓고 다시 잠들었는데…
자다가 옆이 뜨끈해서 보니 옆사람이 일어나면서(노인네마냥 새벽 5-6시면 일어나서 재택근무 시작함 -_-) 다시 뜨거운 물을 채워두고 간 모양.
마침 위가 살짝 쓰려와서 핫팩이 아쉬웠는데 반가운 마음에 다시 안고 마저 한숨 더 자고 일어났다.
옆사람은 나한테 충분히 챙김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나도 옆사람에게든 주변 사람에게든 작은 데서 저렇게 예쁘게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일 수 있었음 좋겠다.
사흘만에 잠답게 잤더니 좀 살 것 같긴 한데 하필 날씨는 비가 와서 추적추적, 도무지 일어날 의욕이 안 나서 침대에 앉아 끄적끄적.
어지간해서 블로그 글은 컴에서 쓰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아이폰 메모장에서 쓴 글이라 평소보다 더 두서없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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