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X-MEN의 빅토리아판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고 나니 헐리우드판 R.O.D였습니다. ^^;

각종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여 펼치는 액션극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이미 80%쯤 끌려서 개봉만을 기다렸습니다만, 보고 나니 이런저런 작품의 취약함은 있었더라도 그래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불로불사의 도리안 그레이, 조나단 파커의 아내이자 뱀파이어 미나, 지킬 박사와 투명인간, 그리고 톰 소여와 네모 선장에 헌터 앨런이 모여서 팀 워크를 보여준다는 자체가 그야말로 드림팀이 아닐까 싶군요. ^^;

내용은,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는 빅토리아 시대.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전쟁무기 판매로 엄청난 부와 권력을 장악한 팬텀은 이에 반하는 계략을 꾸미는데, 이것은 정상회담을 위해 유럽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는 베니스 전체를 함락시켜 세계를 아비규환으로 만들려는 것. 이에 영국 정보국 첩보원인 M은 마스터 헌터 알란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7명의 슈퍼 히어로들을 모읍니다. 뱀파이어 미나, 스파이 톰, 불사신 도리안, 할로우맨 로드니, 캡틴 네모, 야수 지킬앤하이드. 제각각 영국 정부에 원하는 바가 있어 젠틀맨 리그 팀에 합류하게 되는데…

초반의 도리안 그레이 집에서의 격전에서 도리안이 쓰는 검술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런 장르의 작품이 그렇듯이 팀원 중에 배신자도 있고, 악역 역시 ‘나름대로‘ 의외의 인물입니다. 그게 너무 정형화되었다는 게 문제겠지요.

이야기면에서 악의 축과 선의 축의 힘의 배분이 너무 언밸런스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X-MEN에서처럼 이쪽 진영과 저쪽 진영의 힘이 얼추 비슷해야 싸움도 팽팽할 텐데 마치 10명과 1명이 양쪽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게다가 중간중간에 이야기 진행이 ‘이야기가 굴러나가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어‘라고 말하듯이 당위성이 약한 것도 아쉬움이 남네요. 아마 이 젠틀맨 리그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런 면 때문이 아닐지 싶다는.

미나는 평소에는 전형적인 영국식 복장(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음)이더니 전투에 들어가니 왠 가죽 옷을…-_-;(엑스맨도 아니고..;)

저 역시도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열광(까지는 아니지만)하는 건 작품의 내용이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설정과 캐릭터였습니다. 바다를 가르는 검이라는 노틸러스호의 디자인도 멋있었고(근데 그 흰색은 때가 잘 타서 선원들이 때빼고 광내려면 고생 좀 할 듯…-_-;) 연기자들 역시 제각각 맡은 역이 풍기는 분위기를 잘 살렸더군요. 특히 도리안 그레이의 경우는 약간은 나른-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주 심하게 오역이 난무하지 않는다면 비전문가가 어쨌거나 전문가인 번역자를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고로 원래 영화를 보면서 번역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젠틀맨 리그의 번역에 대해서는 약간 이야기를 하자면, 좀 과하게 유행어를 넣은 것-나가 있어 라든지-은 감점대상이었지만 미나가 톰 소여에게 말을 할 때 ‘동생~‘이라고 한다든지 한 차례 피를 빨고 나서 피가 묻었다고 알려주자 ‘어머‘ 하는 것들은 꽤 괜찮았습니다.

라스트 신은 그야말로 ‘이 영화 잘 되면 속편 만들게~‘라는 메시지로 보이더군요. 다음편에서 무덤 속의 그 사람은 ‘프랑켄슈타인‘으로 재등장하는 게 아닐지…. ^^;;


뱀파이어 미나
홍일점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영화의 여자 주연처럼 이리저리 감정적으로 갈대처럼 흔들리는 (도리안과의 관계 때문에 그럴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음)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쿨-하고 지적인 면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네모 선장
검을 쓰면서 발차기가 동시에 나가는 특이한 전법을 쓰더군요.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아도 극 전반에서 꽤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지킬 박사
거울속의 하이드씨와 대화하는 설정 같은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변신 장면은 약간~ 조악했음. -_-;

투명인간 로드니
여고 앞의 아담도 아니고 자신이 누드임을 강조하는 게 좀 못마땅했음. -_-;

불로불사의 도리안 그레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마이너한 인물이라 약간 뜻밖이었군요. 그나저나 보면 볼수록 죠니 뎁을 닮았음…;

톰 소여
이 팀의 젊은 피(..;)
스파이 전문이라는데 작품 속에서는 별로 스파이스럽지 않았음.(미나에게 집적댈 때는 귀엽더군요. 꼭 젊은 제비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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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esponses

  1. 김형진

    초반의 도리안 그레이의 등장, 그리고 그의 검술신은 제가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좋았다‘ 라는 생각이 든 장면이었습니다.

  2. 리츠코

    나는 막판에 그 하이드가 뻥튀기한 하이드랑 싸우면서 목 터져라 ‘네모~~‘를 불러놓고 네모가 달려오니까 ‘빨리 도망가요‘ 하는 게 제일 이해가 안갔음. -_-;;(하나하나 따지면 이해 안가는 게 상당히 많은 영화였음. ^^;;)

  3. rot

    난 아무리 생각해도 M이 왜 젠틀맨 리그를 모았는지 이해가 안 돼. (더 이상 얘기하면 여기도 sp 달아야 하니까… 여기까지만.)

  4. Tom

    멋진 아라곤….

  5. 리츠코

    도리안이 아라곤을 했으면 무게감은 좀 없었을 듯. 그러고보니 반지의 제왕 dvd 서플에 보면 아라곤을 찍다가 보니 너무 배우가 젊어서 교체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저 사람이었군요.

  6. gample

    교체당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_-;

  7. 河伊兒

    도리안 역의 스튜어트 타운젠트는 원래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에서 아라곤 역으로 캐스팅됐었다는군요. 하지만 촬영시작 4일만에 비고 모르텐슨으로 교체당했다고…

  8. 河伊兒

    부활한 숀 코너리 할배가 대영제국도서관 공작부 보스로 취임해 요미코를 지휘하는 건 아닐까요? 그러고보니 그양반 이름도 ‘젠틀맨‘이군요.

  9. 리츠코

    들르는 게시판마다 젠틀맨 리그 꽝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재미있기만 하더군요. 역시 저는 내용보다 설정을 더 많이 보는 지도.

  10. gample

    애니동내에선 x-men류 영화는 언제나 대박.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