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책을 정말 좋아했지만 형편상 내가 읽는 속도에 맞게 원하는 만큼 책을 다 살 수는 없으니 있는 책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서 어느새 당연히 초독은 훑듯이, 그리고 그 뒤로 반복해서 읽으며 놓쳤던 문장들을 다시 발견하는 식으로 같은 책을 수없이 여러 번 읽었다.
고등학교 때 가끔 종로 교보문고에 가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고심해서 한 권 골라 사오는 게 큰 낙이었는데,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것 치고 가진 책, 읽은 책의 권수가 많은 편도 아니고 한 권을 반드시 다 읽어야 다음 책을 고르니 적독(積讀)도 하지 않는다.
예약했던 도서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집 앞 도서관에 갔다가 온 김에 한 권 더 빌려가려고 책들이 무수히 꽂힌 책장을 훑어나가다보니 내가 한참 책에 목 말랐던 시절에 이런 곳이 있었다면 어른들이 말하는대로 책을 많이 읽어 훌륭한 어른(?)이 되었을까, 저 책장 사이에 앉아 하염없이 세상을 잊은 도서관 히키코모리가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그러고보니 요근래 읽은 책들이 왜 이렇게 기억에 흐린가 했더니 도서관에서 신나게 빌려다 보느라 한번 읽으면 반납하고 다음 책을 가져오는데 습관대로 얕게 한번 읽고 그냥 반납해서 그랬던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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