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어릴 때부터 책을 정말 좋아했지만 형편상 내가 읽는 속도에 맞게 원하는 만큼 책을 다 살 수는 없으니 있는 책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서 어느새 당연히 초독은 훑듯이, 그리고 그 뒤로 반복해서 읽으며 놓쳤던 문장들을 다시 발견하는 식으로 같은 책을 수없이 여러 번 읽었다.

고등학교 때 가끔 종로 교보문고에 가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고심해서 한 권 골라 사오는 게 큰 낙이었는데,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것 치고 가진 책, 읽은 책의 권수가 많은 편도 아니고 한 권을 반드시 다 읽어야 다음 책을 고르니 적독(積讀)도 하지 않는다.

예약했던 도서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집 앞 도서관에 갔다가 온 김에 한 권 더 빌려가려고 책들이 무수히 꽂힌 책장을 훑어나가다보니 내가 한참 책에 목 말랐던 시절에 이런 곳이 있었다면 어른들이 말하는대로 책을 많이 읽어 훌륭한 어른(?)이 되었을까, 저 책장 사이에 앉아 하염없이 세상을 잊은 도서관 히키코모리가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그러고보니 요근래 읽은 책들이 왜 이렇게 기억에 흐린가 했더니 도서관에서 신나게 빌려다 보느라 한번 읽으면 반납하고 다음 책을 가져오는데 습관대로 얕게 한번 읽고 그냥 반납해서 그랬던 모양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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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저도 도서관 이용하면서 종종 나 어릴 때도 이런 게 있었으면…하고 생각해요. 여긴 one card 시스템이란 게 있어서 우리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도 남호주 어느 곳이든 다른 도서관에 있으면 그거 동네 도서관으로 가져다 주는 서비스도 되어 있어 참 편해요. 개인적으로는 전자책을 더 많이 이용하면 좋겠다 싶은데도 종이책에 대한 집착이 전혀 버려지지 않네요.

    1. Ritz

      여기도 상호대차라고 해서 강남구 안의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은 가져다주더라고요. . 요즘 너무 잘 쓰고 있어요. 우리 어릴 때도 그런 게 있었던가 싶은데 있었어도 몰라서 못 썼을 것 같아요.

      전자책으로 옮겨가는 사람도 많은데 저도 아무리 해도 책은 종이로 된 게 읽기가 편하네요. 읽는 만큼 사면 차지하는 공간도 무시 못할텐데 도서관이 가까워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

  2. Tom

    세상은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만 좋아진다잖은가…

    1. Ritz

      나빠지는 건 순식간이던데 말이죠.

      1. Tom

        쌓는 데 10년 걸려도 무너뜨리는 건 한 순간이고, 그걸 수습하는 데는 또 한참 걸리지. 역사 속에서 그 수습이 안되는 경우도 많이 봐왔지만, 이번은 아니길 바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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