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2008년 첫 포스팅은 나름 의미(?)가 큰 이야기로 시작하게 되네요.

처음 일본에 올 때는 2-3년 정도 있을 것 같았는데 살면서 아무래도 더 길어지지 않겠나, 그렇다면 이왕이면 애 낳고 특례를 노려보자!(…) 라고도 생각했다가 막상 최근에 혜린이를 낳고 보니 역시 언젠가 들어가야 한다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들어가야겠다 정도로 가늠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갑작스럽게 다음달 쯤에 한국으로 완전히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유는-당연한 이야기지만-대나무숲의 직장이 한국 쪽에 잡혀서지요. ^^;

혜린이 낳기 전이었다면 집 대들보 붙잡고 버티고 싶을 만큼(…)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은데 막상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니 말이 100퍼센트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혜린이를 키우면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에 좀 심란하기도 하고 원체 나갈 일 없으면 일부러 외출하는 걸 즐기는 편도 아닌데 거기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니 애 데리고 집에만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복합적인 이유로 돌아가는 게 반가운 마음이 70, 아쉬운 마음이 30쯤 되는 것 같네요. 무엇보다 있는 내내 처절하리만치 바닥을 파고 있는 엔화에 한국과는 아예 기준이 다른 집세 때문에 살림 기반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고요. 둘이 살 때야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역시 혜린이가 생기고 나니 좀더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네요.
바로 12월 초까지만 해도 앞으로 6-7년은 더 있자고 생각했는데 한달여 사이에 상황이 이렇게 휙 바뀌어서 마구 진행되는 걸 보면 이 역시도 해외에서 사는 가족의 불안정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처 가보지 못한 곳들에 대한 미련도 있으려면 있겠습니다만 워낙 저나 대나무숲이 다 그런 곳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타입이 아니어서 더 있었다고 해도 혜린이가 좀 크는 한두해 안에는 어차피 못가봤으려니 싶어 그러려니 하기로 했습니다. -_-;

어찌됐든 신혼을 시작하고 아이까지 생기며 즐겁게 지냈던 공간을 뒤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운함이 앞서네요.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또 새로운 나날이 시작되겠지요. 그 시간을 설레임으로 기다리렵니다.

당분간은 돌아가기 전에 사야 할 쇼핑 목록 작성으로 정신 없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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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responses

  1.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운하로 뒤숭숭한 한국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환영합니다(…)

    1. 리츠코

      운하… ^^;
      한국은 요즘 그 일로 시끄러운가보더군요. ^^;

  2. 로리엔

    본문에 쓴 대로 반가운 마음 아쉬운 마음이 교차할 듯..
    그래도 이쪽엔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
    귀국 축하하고, 새해에 세 식구 한국에서 건강하게 새로 이쁜 집 꾸미면서 잘 지내길~
    아가 비행기 태우고 돌아오는 게 좀 걱정이겠구나.

    1. 리츠코

      신랑보다 일주일쯤 먼저 혼자 애를 데리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좀 걱정이예요. 과연 혜린이가 2시간동안 얌전히 있어주려는지…-_-;

  3. 오..들어오시는군요. 귀국준비 잘 하시고, 돌아오신 날 따뜻하기를 기원합니다.

    1. 리츠코

      여기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는데 한국은 요즘 많이 춥다고 하대요. 들어가는 날은 좀 따뜻하면 좋겠네요. : )

  4. 드디어 돌아오시는군요. 저도 누님 옆에서 보다보니 옆에 챙겨주는 분이 계신가 아닌가에 따라서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지겠더군요;; 그래도 귀국하셔서 VIPS도 가시고(…) 좋은 일도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건강히 돌아오시길~

    1. 리츠코

      디노님 누님도 하루빨리 아기가 밤에도 좀 푹푹 잘 자주고 해야 할텐데요..; 잠 쪼개서 자는 게 정말 제일 피곤하더라구요. -_-;
      VIPS… 으음, 혜린이가 있어서 한국 들어가도 당분간 갈 수나 있을련지..=_=;

  5. 오오… 웰컴~ 웰컴~ ^-^
    일본 간 지도 어느덧 꽤 돼서 정도 들었을 것 같은데… 아무튼 두 분과 어여쁜 꼬꼬마가 귀국하신다니 대환영이우 ^-^
    작성 중인 쇼핑 목록에 내 목록도 좀…(…)

    1. 리츠코

      나름 근처에 친한 사람들도 생기고 해서 막상 들어가려니 좀 서운하고 그러네요.
      들어가면 혜린이랑 같이 한번 뵙지요. : )

  6. 앗! 드디어 귀국을 감행하시는군요!
    (이로써 도쿄에 갔을 때 신세질 지인가정이 하나 줄었…;;)
    셔슈님의 다예나양처럼 혜린이도 한국에 가면 팬미팅을 해서
    “친척들의 맘을 녹이고 지갑도 녹여와라!!” 가 되는건가요? ;;
    아무튼 귀국 준비 잘 하시길…

    1. 리츠코

      어쩌다보니 급하게 그렇게 결정이 됐네요. ^^;
      귀국준비… 해야 하는데 정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어요. -_-;

  7. 지금이면 귀국 준비하시느라 정신 없으시겠군요. ^^;
    그래도 귀국하신다니 여러모로 해외보다는 혜린이를 키우는데 편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바쁜 일정이시겠지만 귀국 준비 잘 마무리하시고 돌아오시면 모임에도 혜린이와 함께 종종 모습을 보이셔서 극한으로 치솟고 있는 남성비율을 좀 낮춰주시… (랄까 그런 위험한 모임에 혜린이를 데리고 나오실리 없으시려나… 먼산)

    1. 리츠코

      실은 거의 현실 외면 중입니다. ( -_)
      해외에서 키우는 것과 국내에서 키우는 게 일장일단이 있긴 한데 지금으로서는 그래도 국내에서 키우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저더러 지금 무려 ‘로리파티’넷 모임에 제 딸을 데리고 나가라는 겁니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