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인테리어까지 싹 끝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첫날부터 어디선가 끊임없이 ‘우우웅’ 하는 진동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에 살던 사람에게 윗집이 티비를 크게 틀어둔다거나 자주 싸운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그런 소음보다 오히려 이 ‘진동음’이 더 거슬렸고 심지어 멈추지도 않고 내내 들렸다.
공들여 꾸미고 들어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이제와서 집을 팔고 나갈 수도 없다. 나는 거의 히스테릭한 상태가 됐고 옆사람이 열심히 웹서핑을 해보더니 냉장고가 오래 돼서 바닥 쪽 모터가 내려앉으면 아래집에 이런 소음이 들릴 수 있다는 걸 마침내 찾아냈다.
문제는 우리 윗집에는 이 아파트를 분양받아 들어와 지금까지(냉장고도 아마 이 아파트 나이만큼 된 모양) 살고 있는 괴팍한 아주머니와 내 또래의 무직인 아들이 살고 있는데 자주 큰소리로 싸워서 경찰 신고까지 몇 번 들어간 전력이 있다보니 이웃과의 교류도 아예 피한다는 점.(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느냐 하면, 비슷하게 이 동네에서 오래 살고 발이 넓은 친정 엄마가 계시면 된다. 😑)
그때 심정으로는 내가 이사를 다시 하지 않고 이 진동음이 해결되기만 한다면 진심으로 윗집에 새 냉장고를 사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관리사무실에 유일하게 윗집과 소통이 되는(…) 분이 계셔서 다이소에서 그럴 때 쓰는 소음방지판을 사다가 그분을 통해 냉장고 아래에 괴어주길 부탁드렸고 그러고 하루 쯤 지났는데 윗집에서 뭔가 들썩이는 소리가 좀 나더니 마침내 진동음이 멈췄다.
그 진동음이 멈추던 순간의 안도는 지금도 잊을 수 없고, 현대 사회에서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은 단독주택과는 다르게 이렇게 난감한 순간에 내 힘만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치장스러운 무언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주 옛날옛적에야 들어간 집에 문제가 생기면 옆에 짚으로라도 새로 엮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집’이란 큰 돈이 들어가고 그래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집에서 ‘나온다’는 선택지가 가장 마지막이다보니 집에 문제가 생기면 스트레스는 폭발한다.
호러 장르물에서 소재로 ‘집’이 자주 쓰이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집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도 현실적으로는 살던 곳을 쉽게 떠날 수 없다.
타임라인에서 우연히 제목을 보고 끌려서 읽기 시작한 이 <흉가>도 그래서 한층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방학 동안 가족과 함께 나라 지방으로 이사하게 된 쇼타는 이사하는 내내 정체 모를 ‘불길함’을 느끼고 가족들은 그런 쇼타를 불편하고 성가시게 생각한다
마침내 도착한 새집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단독주택.
쇼타의 눈에 가장 들어온 것은 집을 둘러싼 ‘도도 산’이 마치 웅크린 뱀처럼 집을 감싸고 있는데…
아이가 셋이나 돼서 좀더 큰 집으로 옮기기 위해 좋은 기회에 지방으로까지 이동했는데(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게 흔치 않을 뿐더러 보통 일이 아니더란) 갑자기 아이가 자꾸 불길한 이야기를 한다. 부모가 보기에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지만 다시 이사 나가기에는 쉽지 않다보니 애써 외면하고 싶어지는 법.
나이를 먹어서 이런 내용을 읽다보면 ‘바보같이 저렇게 이상한 데서 왜 빨리 도망을 치지 않지’라고 쉽게 말할 수 없고 그래서 ‘한층’ 무서운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이 <흉가>는 작가의 집 시리즈 3부작 중 가장 대표작이라고.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책장도 쉽게쉽게 넘어가고 이야기 진행도 빨라서 킬링타임용으로 딱 좋았다. 3부작 중 이게 제일 평이 좋긴 하다는데 궁금해서 한 작품 정도는 더 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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