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하나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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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다 먹었는데 정답 뜬 걸 보더니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채점 중인 자. 옆에서 보던 우리가 체하는 줄. 😨

며칠 전에 문득 린양에게 ‘금요일이 과연 올까?’ 라고 했더니 ‘그걸 엄마가 말하면 어떡하냐!’고 했다. 말에 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

고사장이 어디로 배치될지 궁금했는데 너무나 뜬금없게도 꽤 떨어져 있는 동덕여고에 가서 시험을 보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거리에 비해 가는 길은 복잡하지 않아서 혹시나 막힐까봐 좀 서둘러 나섰더니 문제없이 잘 도착. 집에서 나서는 린양에게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했더니 지난번 논술 수시 보러 갈 때랑 비슷한 기분이라길래 ‘그 정도면 양호한데’ 라고 약간 안심했다.

린양이 고사장에 잘 들어왔다고 보내온 사진. 보면서 왠지 짠하기도 하고 내가 저기에 앉은 기분이기도 하고…

고사장이 우리집에서 거리에 비해 대중교통이 너무 거지같아서(도대체 한번에 가는 버스도 없고 있어도 멀리 둘러가는 코스), 가능하면 집에 올 때도 차로 데려오고 싶은데 어쩌나 하다가 옆사람이 아예 2시쯤 사당역 근처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그때부터 거기서 기다리고 나는 적당히 시간 맞춰서 집에서 출발해서 시험장 앞에서 만나 린양 데리고 차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귀가.

저녁은 린양이 제일 좋아하는 가게에서 오랜만에 스테이크까지 시켜서 잘 먹고, 후식을 시켜놨는데 열심히 스마트폰 잡고 있던 린양이 ebs에 답이 떴다며 기어이 그 자리에서 수험표 뒤에 적어온 답을 맞춰보고 싶어해서 채점까지 대충 마치고 집에 왔다.

수능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것도 아니고 이제부터 시작이라, 남은 논술 수시도 정시도 준비해야 하지만 어쨌거나 수능이 끝나니 나도 갑자기 마음이 한가해졌다. 린양도 그런 것 같고.

이제는 가진 데서 잘 맞춰서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겠지.
가능하면 올해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에 대해 정리해서 적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뭐, 안 되면 내년에 써도 되고. 🤷🏻‍♀️)

10 responses

  1. misha

    지금 다시 읽다보니 사진 속 린양의 저 뽈따구가 아기 때 느낌이 나서 순간 뭉클했어요…랜선이모 눈물 핑…

    1. Ritsko

      우리 딸내미는 얼굴이 왜 저렇게 계속 아기같은지 모르겠어요;;

  2. 멜키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린 린양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렇게 의젓하게 크다니 너무 감격스러워요. 마리는 사진 볼 때 마다 너무 귀엽습니다. 행복하고 또 건강하세요 멀리서 손 모아 빕니다.

    1. Ritsko

      이 과정을 지나오다보면 ‘차라리 내가 시험을 다시 보는 게 속은 편하겠다’ 싶을 때도 있더라고요. 중간과정을 생략해서 의젓해보이는 거지 그 사이에는 수많은 태풍이 지나갔답니다. ^^;; 아이를 키우는 건 아이만 크는 게 아니라 저도 같이 커가는 시간인 듯해요.
      멜키올님도 가족분들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3. misha

    린양 너무나 수고 많았어요. 미쉐린라인을 뽐내던 린양의 아가 때 사진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벌써…;_; (랜선이모 눈물 한번 닦고) 부디 앞으로의 모든 선택에 행운과 기쁨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리츠님도 너무나 고생 많으셨어요. 가족들의 마음의 평화를 지켜준 마리에게도 마음속 츄르를 건네봅니다…

    1. Ritsko

      시험 다 보고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애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정말 묘하더라고요.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이게 도대체 끝이 있을까 아득했는데 그래도 시간은 흐르네요.
      덕담 감사합니다.
      세월 너무 빠르죠. 그만큼 우리도 나이를 먹고요. ㅠ.ㅠ

  4. WG

    큰 산 하나 넘은 것을 매우 대단히 축하합니다. 오늘을 치르느라 린양 너무 고생 많았어요. 물론, 린양의 부모님께도 박수를.
    말씀하신대로, 이제는 잘 짜맞추는 과정이 남았네요. 두어달 뒤에도 또 기쁜 소식이 있길 멀리서 응원합니다.

    1. Ritsko

      요즘은 정말 입시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어떻게 해야 최선인 건지 감도 안 잡히네요.
      부디 가진 데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기원해주셔요. 🙂

    2. 나무

      린양,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제 산 하나 넘지만, 시작이 반이니까요. 마리선생과 린양이 더 애틋하더니, 적장의 수급을 거침없이 따오는 수능배짱의 8할은 심신안정을 담당한 마리선생의 몫이라고 전해주세요.

      식구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1. Ritsko

        사실 결론이 난 건 하나도 없는데 수능 하나 끝났다고 이렇게 크게 뭔가 지나간 기분이 드네요.
        마리는 정말 저희집에 너무 적절한 때에 와서 너무 큰 몫을 해주고 있어요. 어제 영문도 모른 채 츄르를 얻어먹고 의기양양했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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