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쿠팡 추천에 뜨길래 비누형 주방 세제로 바꿔봤었는데 이래저래 한달쯤 됐길래 정리 삼아 후기.

현재는 이 상태로 두고 병행해서 쓰고 있다.

처음에는 맨 비누에 수세미를 문지르면서 썼더니 며칠 지나서 비누 겉에 기름기가 낀 것처럼 거품이 잘 안 나길래 저렇게 망을 씌우고 수세미를 대고 문지르듯 거품을 내니까 처음보다 오히려 풍성하게 잘 났다. 비누세제 고민한다면 저 망은 필수.

기름기 많은 그릇은 두 번 정도 닦아야 마음에 들게 뽀드득하고(그래도 액체세제의 그 ‘뽀드득’함은 기대하면 안됨. 후기들 찾아보니 액체세제와 똑같이 뽀드득한 비누세제는 없다는 모양이다) 가끔 그릇에 하얀 자국이 남기도 하는데 이건 비누의 지방산과 수도물의 미네랄 성분이 만나서 생기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어쩔 수 없다고. 수온이 높을수록 더 잘 닦일 것 같았는데 요며칠 평소보다 미지근한 물에 헹궈보니 이쪽이 더 나은 것 같다.

비누세제와 액체세제가 성능이 완전히 동일했다면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비누세제를 더 많이 쓰고 있었을 터. 당연히 액체세제보다 불편하고 그 안에 들어 있다는 계면활성제의 위대함(?)을 새삼 체감하게 된다. 🤔

우리집은 식사 끝나면 옆사람이 그릇을 정리해서 설거지솔로 대충 음식물 남은 것들을 씻어내는 초벌 설거지를 해두면 그 다음에 내가 세제로 마저 설거지를 마치는 식이라 세정력이 마음에 덜 차도 쓸 만은 했는데 한 일주일 정도 쓰다가 아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해먹은 날 비누세제로 설거지를 해보니 이건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상황.(아마 이것도 베이킹 소다를 쓴다든지 뭔가 방법은 있겠지만 아직 내가 여기까지는…) 그 뒤로는 고추기름 많은 요리(육개장 같은)나 수육 삶은 냄비가 나오는 날에는 액체세제를 쓰고 나머지는 모두 비누세제로 해결하는 식으로 내 나름 기준을 세웠다.

처음에는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굳이 불편하게 설거지를 하나 싶어 다시 액체세제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런 불편 없이’ 무언가를 개선할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겠지 싶었다.

  • 이게 얼마나 환경을 위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만 적어도 잔류세제는 적다고 하니 건강에라도 도움이 될 것이고
  • 별 생각없이 주문했던 세제 브랜드는 마침 발달장애인 일자리 만들기를 하고 있는 회사라고 하고
  • 액체형 세제보다 포장지는 확실히 적게 나와서(작은 종이상자 하나) 재활용 쓰레기 분리할 때 생각하면 덜 찜찜하니

이 정도면 내가 겪는 불편에 비해 효율이 꽤 좋아서 좀더 써볼까 싶다.

결론은 우리집처럼 식구 수가 적고 설거지거리가 많지 않고 설거지를 아주 싫어하지 않는 경우(나는 설거지 자체는 별로 싫어하지 않는 편)라면 좋은 일 하는 셈치고 시도해볼 만하고 설거지거리가 많고 설거지를 별로 안 좋아해서 마음에 차게 안 닦이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면 그냥 환경을 위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도 될 것 같다. 🙂

ps. 저 세제 주문할 때 같은 브랜드에서 비누형 샴푸/린스도 샀었는데 이쪽은 설거지에 비하면 오히려 액체형과 비교해도 큰 불편이 없어서 아직 잘 쓰고 있다. 다만 가격 생각하면 가성비가 무섭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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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룬그리져

    조금 뻘소리입니다만, 제가 입대했을때(…) 식판용 세제는 빨래비누였었습니다. 요즘은 뭘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거 쓰면서 동기 하나가 [이게 퐁퐁보다 더 좋은가?] 라고 혼잣말하자 다른 동기가 [그럼 엄마가 빨래비누 썼겠지] 라고 대답한 기억이 나는군요. …아 그거 이미 20세기네요

    1. Ritz

      안그래도 비누세제 검색하다보니 옛날(…)에는 용도가 이렇게 세분화돼있지 않아서 설거지 비누랑 세탁 비누랑 같은 걸 썼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주방세제는 아마 그릇 잘 닦이라고 뭔가 쎄게 넣는 것 같아요.   욕조 청소할 때 주방세제가 잘 닦인다길래 한번 써보니 욕조 전용 세제보다 낫더라고요.;;

      1. 경험상 욕조 청소엔 세탁 가루세제가 짱이었음… ㅋㅋ

        1. Ritz

          오. 그려? 다음에는 그걸 써봐야겠다. 아오, 내가 다시 욕실 공사하면 저놈의 욕조는 반드시 뺄 것이야. ㅠ.ㅠ

          1.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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