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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열

잘 먹이고 입히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보니 애 혼자 계획짜고 공부하고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는 걸로 마음만 가득 쓰였던 기말고사가 지나가고, 난데없이 확진자 수가 치솟는 걸 보면서 스멀스멀 스트레스가 차오른다 했는데…

이틀 전 아침 일어나는데 뭔가 컨디션이 싸하다 싶더니 대략 2년만에 이석증이 도졌다.
그때보다 심하지는 않아서 오전 중에 어지러움은 거의 가셨는데, 지난번에 병원 갔을 때 아주 심하게 어지러우면 먹으라고 뭔가 비상약을 줬던 게 생각나서 이번에도 그거라도 받아둘까 싶어 옆사람 도움으로 비척비척 집을 나섰다.

그러고보니 철마다 감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단골이었는데 엄청 오랜만.

하필 더위가 막 시작된 날이라 뜨겁고 끈적한 공기를 뚫고 병원에 도착해 당연한 수순으로 체온을 쟀는데 간호사가 ‘흠칫’ 하더니 ‘37.4도? 열이 있으신데요?’ 한다.

예상 못한 상황에 나도 당황, 간호사도 당황.
다시 한번 쟀는데 이번에는 더 높게 나왔다고. 체온계 들고 있는 간호사가 미세하게 ‘공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접수대 쪽에 앉아 있던 나이가 좀더 많아 보이는 간호사분이 “가끔 모자 때문에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모자를 벗어보세요” 한다.

요즘 해가 너무 쨍한 데다가 집에만 있으니 머리도 부스스해서 가까이 나갈 때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방해가 되나? 싶어 일단 벗고 좀 기다렸다가 쟀더니 서서히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당장 진찰실 들여보내기는 곤란했는지 결국 의사 선생님이 환자 대기실까지 나오셔서(마침 나밖에 없었음) 한 2미터 멀찍이 떨어져서 증상 듣고 이석증은 보통 일어나서 바로 힘들고 오후에는 괜찮아지는데 열감기가 현기증이랑 같이 오는 경우도 있다며 혹시 계속 어지러우면 다음날 다시 와서 진찰을 하자고 해서(이미 그 시점에 거의 괜찮아진 상태이긴 했음) 약 받고 귀가.

집에 오는 길에 가만히 보니 마스크 쓴 채로 숨을 쉬면 그 입김도 귀쪽으로 빠져 나간다. 모자와 마스크의 콤비네이션으로 귀쪽 온도가 올라갔던 모양.(덕분에 집에 와서 종일 체온계로 체크했다. 😑 당연히 그 뒤로는 정상체온이었음)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모자 자주 쓰고 다니시는 엄마는 이런 적이 없다시는데 일단 경우에 따라 이런 일도 있는 듯하니 공유 삼아 기록.

모자 쓰고 병원 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체온이 높게 나오면 모자를 벗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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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es

  1. 여름 더위에 쓰러지면 정수리로 체온을 내리라(제일 빠르게 떨어진다고!!)는 안전 대책을 보고 정수리가 체온 조절에 큰~ 역활을 한다고 새삼 느꼈엉!! 겨울에 모자쓰면 한결 따뜻한 것, 여름 모자 위가 뚫린것 완벽하게 이해되더라구~

    1. 그렇구나! 여름에는 머리 뚜껑(…)은 너무 꽉 덮으면 안되는 거였숴. ( ”) 지금 쓰는 모자보다 머리에 좀 덜 붙는 디자인을 찾아봐야 할까봐.

  2. 어 정말 모자 쓰면 열이 갇힐 수도 있긴 하겠네요(더위를 많이 타서 모자를 거의 쓰지 않는편)

    ….그래서 우리 사장님이 더위를 잘 안 타시는 걸까요…머리 위를 덮는게 거의 없(…)으시니.

    1. 제가 쓰는 모자가 챙이 아래로 처지는 디자인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더운 날 챙 있는 모자 쓰면 생각보다 덜 더워요. 저는 모자 추천~
      보통은 머리 위에 덮는 게 없으면 열을 직통(…)으로 받아서 더 덥지 않을까요. 원래 머리카락의 역할 중에는 보온 등등 효과도 있다고 하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