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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문득 달력을 보니 11월 15일이군요. 날짜가 묘하게 눈에 들어온다 싶어 생각해보니 어느새 결혼한지 한달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살 날이 더 길 테니 매달 ‘결혼한지 *달째~’를 챙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한국과 발리, 일본을 오가는 사이에 한달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 같아 슬쩍 글을 남겨봅니다.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보니 직업이 직업인지라 대개 집안 일을 했군요(-_-). 여름에 왔을 때 필요한 건 대강 다 갖춰놓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계절이 바뀌는 때라서 그런지 와서 소소하게 필요한 게 어찌나 많던지요. 아직도 사야할 것들이 몇몇가지 남아있고 추가로 살 것들이 계속 증식 중입니다.
집안 구석구석에 물건을 정리해넣고 닦고 쓸고 하다보면 내가 꾸민 작은 영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애착도 가고 하더군요.
집안일을 별로 해보지 않은 상태로 전업을 한지라 매일 혼자 소소한 삽질에 실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실수를 할 때마다 조금씩 새로운 정보를 얻어나가는 것 같아 나름 재미있네요. ^^;

결혼한 이후로 대나무숲이 엄청나게 바빠서 대개 집에서 혼자 밥을 먹다보니 있는 반찬에 대강 먹는 편이라 별로 요리가 늘 기회가 없는 게 좀 문제로군요. 아직까지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사람 수만큼 양을 맞추는 일 같습니다. 만들어놓고보면 어느새 4-5인분이 되어버리더군요(주말에도 한 5인분쯤 되는 부대찌개를 만들어버렸음. -.ㅜ). 그렇다고 맛은 또 훌륭하냐 하면 또 그건 애매한지라 역시 갈 길이 머네요.
예전에 엄마가 ‘맛있는 걸 먹으러 그렇게 열심히 다녔으니 음식맛도 알아서 잘 맞추겠지’ 하셨는데, 과연 그래서 그런지 내가 만든 음식도 객관적으로 별 맛이 없다는 걸 냉정하게 알 수 있어서 매우 슬픕니다. -_-; 그래도 아는 이상 언젠가 개선의 여지는 있다는 말이겠지요?

여기는 날씨가 아직도 그럭저럭 10월 초에서 중순 정도 기온입니다. 슬슬 아침에는 좀 선뜩하네요.
며칠 전부터 드디어 차를 끓여 마시기 시작했는데 최근 마시는 차는 모님이 예전에 선물로 주셨던 위의 저 The Sakura가 이름인 듯한 차입니다. 서울에 있던 건 대부분 두고 결혼 선물로 받은 저 차만 챙겨왔는데 차 향이 무지 좋더군요.
차를 타면 체리향과도 같은 달콤한 향이 화악 퍼집니다. 차 맛은 녹차랑 비슷하달까, 이런 향차 치고는 떫지도 쓰지도 않고 딱 적당하네요.
아직까지 마음에 드는 티포트를 못 골라서 차를 심지어 가츠오부시 우리는 티백에 넣고 우려마시고 중(이 없으면 잇몸이라고나..^^;)

작년 이맘때의 그 지옥과도 같았던 나날에 비하면 하루하루가 평온하고 차분하게 흘러가는군요. 지금은 잠시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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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es

  1. 마아가린

    ㅎㅎㅎ 밥하느라 고생할 니모습이 눈에 선하구만
    뭐 계속 하다보면 늘겠지~ㅋㅋ
    나~~중에 서울와서 집들이 할땐 부디 실력 많이 늘어 있길 빈다 쿠헤헷

    1. 리츠코

      밥은 괜찮은데 반찬하느라 고생이라오. -_-;
      하다보면 계속 늘지 않을까나. 나중에 서울에 가게 되면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몇 가지는 있어야 할텐데 말이지.

  2. 장미의신부

    오, 차 무지 맛있어보이는군요. 요즘엔 홍차보다 녹차나 자스민티가 더 땡기다보니…^^;
    뭐, 점심은 귀찮으면 빵으로 때우거나 그것조차 귀찮으면 굶는 방법이…(쿨럭)

    1. 리츠코

      근래에 마신 것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차더군요.
      저는 아침으로 빵이나 콘프레이크를 먹어서 점심까지 빵으로 해결하기는 좀 그렇더군요..;

  3. 미사

    저 차는 2005년 한정 패키지로 나온 마리아주 녹차라는군~. 프랑스에서 만든 녹차라니 신기한걸…

    1. 리츠코

      녹차맛이 아니라 정말 녹차였군요. ^^;
      오늘은 드디어 티포트도 사와서 본격적인 차 생활(?)에 돌입했음. ^^

  4. 신혼집에서 혼자 밥 차려 먹었던 추억이라… -.-)b
    (심지어 양조절에 실패하여 한 솥 가득한 부대찌게?)

    미사님이 적은 그 ‘구시다’. 전에 보구선 ‘저거이 머여?’ 하며 한참 웃었는데… 그게 천연해물 조미료였군요. 담에 한번 사봐?

    1. 리츠코

      음, 근데 전업주부를 하면 필연적으로 밥이야 낮에 혼자 먹을 수밖에 없지요. –;
      찌개냐 국류는 좀 많이 해도 혼자 그냥 두고 먹기 좋던데요. 그 부대찌개는 한 2끼만에 다 먹고 정리했지만..;

  5. 그러고 보니 신혼 때 혼자 밥 차려 먹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겠다~ (도망간다)

    1. 리츠코

      § 리츠코님이 jjaya님을 망치로 칩니다. 퍽!

  6. 미사

    한국에 있다면 마법 -_- 의 조미료 구시다를 추천했을 텐데…(이름은 다시다의 짝퉁이나 천연해물조미료. 하나로마트에만 있음;;;) 양은 한 몇 년만 땀빼면 저절로 스르륵 맞춰진다오. 솜씨가 는다기보다는 가족이 늘거나 먹성이 늘어서 -_-;;;

    1. 리츠코

      이름이 너무 멋진데요. 구시다…–;;
      앞으로는 무조건 넣으려던 양의 반만 넣어볼까 생각 중이라니까요. ^^;

  7. 크리스

    선뜩이라니이…여기는 한겨울이야~ 드디어 코트에 목도리까지 장전하고 출근해버렸지. 겨울엔 뭘입나… -_-;

    1. 리츠코

      한국은 11월 중순이면 벌써 충분히 겨울이지. 여기는 아직도 8도, 13도 뭐 그러니 낮에는 따뜻함.

  8. 하임맘

    향이 여기까지 퍼져오는 듯하다.^^
    그 조용한 하루하루를 마음 껏 누리길..
    (좀 더 기름지고 혈색 도는 네 얼굴을 기대한다..^.~
    작년 이맘 때 너를 봤을 때는 ..헐..)

    1. 리츠코

      저 차 향이 무지 좋더라. 오기 전에 너한테도 좀 주고 올걸 그랬어. ^^
      요즘 삼시세끼 찾아 먹었더니 안그래도 얼굴에 기름이 지기 시작한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