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화분을 이것저것 들이기 시작할 때 ‘향이 좋다’고 되어있길래 고른 ‘천리향’.(오죽하면 향이 천리를 간다고 할까)
문제는 집에 온 화분에는 일단 꽃이 아직 안 피어있었고 그 상태로 쭉 둬도 딱히 잎이 시들지도, 그렇다고 꽃이 필 기색도 없길래 얘는 뭘까… 했는데.
문득 상품 페이지에 양지, 반양지에 둬도 되고 또 다른 이름으로는 ‘서향’이라고도 한다고 적혀있었던 게 생각나서 ‘아, 얘는 빛을 많이 안 봐도 되나보지?’ 하고 부엌 쪽 창가(우리집 부엌이 마침 서향西向이라)에 뒀다.
그러고도 또 한참이 흘렀는데도 그냥 묵묵히 살아만 있길래 산 것을 버릴 수도 없어 그냥 그대로 부엌 창에 자리를 잡았는데…
아까 식물 카페에 들어갔다가 누가 자기가 키우는 천리향 상태를 좀 봐달라고 올린 글의 댓글에 ‘저건 해를 많이 봐야 해요’ 라는 글이 있어서
다시 검색해보니 서향이 서쪽 방향이 아니라 상서로운 향기의 서향이었다.
빛 많은 데서 흙 바짝 말려가며 키워야 한다고.
…그동안 어두컴컴한 데서 눅눅하게 고생이 많았구려.
마침 빈 자리가 나서 우리집에서 빛을 제일 많이 받는 곳으로 자리 이동.
그리고 이름도 본명이 서향이고 별명이 천리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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