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5세와 6세는 확실히 달라서 올 하반기 들어서 린양이 집에 오면 부쩍 남자애들이 놀린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혹 친구들이랑 잘 못어울리는 건가 싶어 자세히 물어보기도 했는데 결론은 여자애들끼리는 사이가 좋은 편이고 반의 짓궂은 남자애들이 벌써부터 옛날 여자애들 말총머리채 잡아당기던 것처럼 말로 놀리기 시작했나봐요.(그러다 석판으로 대차게 맞고 머리 깨질 뻔한 에이번리 마을에 길버트라고 있었지…)  

**가 자기더러 뚱뚱하다고 했다든지(솔직히 통통하긴 하지만 뚱뚱한 체형은 아닌데. -_-;), 잘난척 한다고 했다든지, 듣고 와서 집에서 속상해하는 걸 보면 여섯살짜리 애한테 어떻게 충고해주는 게 참 어렵더라구요. 보통은 심하게 구는 남자애는 그냥 피하거나 무시해버려, 라고 해줍니다만 여섯살짜리가 그러기도 참 쉽지는 않죠. 

그러다 며칠 전 트위터에 북마킹해뒀던 글들을 정리하다보니 꽤 예전에 서천석 선생님이 추천했던 책이 있더라구요.
작가는 20년 넘게 초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한 사람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비유도 알기 쉽고 해결방법도 비교적 명쾌하게 적어두었습니다.(그걸 얼마나 잘 실행할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긴 하겠지만)

내용은
어느 날 누나가 씹던 껌이 주인공 사이먼 머리에 붙어버렸고, 누나는 가위로 껌을 떼어주려다가 사이먼 머리를 뭉텅 잘라내고 맙니다(…)
급한대로 모자를 눌러쓰고 나왔지만 급하게 달리다 넘어지면서 바람에 모자가 날려가고 까치둥지처럼 듬성한 머리가 드러나지요. 그랬더니 친구들이 가차없이(…) 머리가 왜 그러냐고 놀려댑니다.
사이먼은 놀리는 친구들을 피해 달리고 또 달리다 정원을 가꾸던 중이던 로즈 할머니와 부딪히게 되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이야기를 다 들은 할머니는 사이먼에게 ‘왜 그 떡밥을 물었느냐’고 묻습니다.

“너를 놀리는 아이들은, 낚싯바늘을 던져놓고 네가 그걸 덥석 물기는 바라는 낚시꾼들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면서 미끼를 물지 않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지요.

이 책에서 이야기해주는 미끼를 무는 대신 쓸 수 있는 방법은 
1.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무시하기)
2. 낚시꾼의 놀림에 맞장구치기.
3. 낚시꾼이 딴 생각을 하게 만들기(화제를 돌리기)
4. 웃어넘기거나 우스갯소리 하기.
5. 미끼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다른 곳에 가서 헤엄치기) 

이 다섯가지예요.
사실 서른이 넘은 어른도 직접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항목이긴 한데, 거꾸로 아직 어리기 때문에 좀더 빨리 대처법을 알면 앞으로 잘 익힐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예상했던 것보다 텍스트량이 좀 많아서 린양이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자기가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이야기여서인지 굉장히 열심히 읽고 꽤 마음에 와닿기도 했나보더라구요.
‘낚시와 미끼’ 비유는 여섯살에게도 크게 어렵지 않았나봅니다만 해결방법에 대해서는 역시 풀어 설명을 해줘야할 것 같아서 나중에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

친구가 자꾸 놀려요8점
캐런 게딕 버넷 지음, 로리 배로즈 그림, 노경실 옮김/고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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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esponses

  1. 으음.. 결국 길버트는 그걸로 앤한테 반하게 되고, 사회적 신분을 생각하면(고아 vs 지주네 아들?) 이루어지지 않았을 부부가 탄생한 것이니, 린짱도 괜찮은 남자애가 괴롭히면 호쾌하게 석판으로 머리를,,, (끌려간다)

    1. Ritz

      옹… 앞으로는 자꾸 남자애가 괴롭히면 냅다 머리통부터 갈기고 보라고 가르쳐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