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오늘은 린양이 절친인 민영이와 동사무소 문화센터에서 줄넘기를 하는 날.
둘을 수업시간에 맞춰 넣어주고 도서관에 올라갔다 끝나는 시간에 맞춰 내려왔더니 선생님이 오늘은 민영이가 줄넘기를 안 가져와서 두 사람이 집까지 다녀오느라 수업을 반 정도밖에 못 들었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


네?!

어디를 갔다 왔다고요?!

일단 린양의 이야기만 종합해보면,(나중에 민영이에게 들으면 뭔가 다른 이야기가 또 있을 듯도. ^^;)
민영이가 줄넘기를 학교 수업시간에 쓰고 보조가방이 아닌 책가방에 넣어놨던 거다.(그 책가방은 내가 가지고 있었지;)
내가 도로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 줄 안 민영이는 자기 집보다는 가까운 우리 집에서 줄넘기를 가져와야겠다고 했다고. 처음에는 혼자 다녀오겠다!던 민영이가 좀 나가다가는 다시 돌아와서(당연하지..; 우리집 동호수도 잘 모르는데;;) 린양에게 같이 갔다오자고 하여…

아직까지 혼자 어디 다녀본 적이 거의 없는 두 처자가 손을 꼭 잡고 동사무소에서 집까지 300여미터를 열심히 서둘서둘 거슬러 가서 린양이 1층과 현관문을 열고 집까지 다시 들어오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집에는 나도 없고 남는 줄넘기가 없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에서 이 부분이 제일 슬프다)

현관문을 닫고 나오며 민영이가 “인생이 뭐 이렇게 힘드냐“고 했다는 린양의 전언에 진심으로 빵 터졌다.

처음에는 애들 둘이 이동을 했다는 데에 순간 오싹했는데, 이 두 아이가 워낙 활동적으로 뛰어나가거나 하는 성향이 아니라서 얼마나 긴장해서 좌우를 보며 그 작은 찻길 하나를 건너 올라갔을까 생각하니 내내 귀엽고도 기특하고 엉뚱하더란. ^^;
더불어 둘이 그렇게 손잡고 가며 얼마나 애틋하니 의지했을까(?) 싶기도 하고.( ”)

두 아이에게는 다시 이런 비슷한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선생님에게 핸드폰을 빌려서 엄마한테 연락하는 걸로 하자고 다짐을 받으며 일단락하고 오늘 저녁 내내 친정 및 온 식구들은 린양의 첫 모험 아닌 모험에 웃었다.

처음에는 애들을 그렇게 내보낸 선생님도 좀 요령없으시네 싶긴 했는데(줄넘기 한두개 정도는 여벌로 좀 두시지..;) 연세가 좀 있는 분이라 그 분 생각에 초등학생이 ‘요 앞에 있는 집에 갔다올게요’ 하는 게 그리 심각한 사안은 아니었겠지 하고 넘기기로.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사실 린양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은 거다.
다만 내 불안이 그걸 다 허용하지 못하는 것 뿐일지도.(동네에 재건축 들어간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큰 차들이 좀 다녀서 아직은 가능하면 데리고 다니는 편) 낮에 읽었던 이 기사가 많이 생각나더라.
더불어 린양에게 아주 오랫동안 친해서 서로 이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다는 점도 참 즐겁고 좋지 않은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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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amelie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귀엽고도 기특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 드는게 ㅎㅎ 민영이가 한 말은 깨워서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네요. 한밤중에 빵터져서 ㅋㅋ 그나저나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1. Ritz

      저도 듣다가 한참 웃었어요. 둘 다 얼마나 난감했을까 싶기도 하고. ^^;;;

      저는 둘이 알아서 노는 오늘이 제일 편했어요..( ”) 시간날 때마다 민영이 좀 모셔오고 싶을 정도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