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찮다

일본 살 때 침대를 두던 안방에 도저히 놓을 자리가 안 나서 못 들여 화장대에 나름 로망이 있었던지라 한국 들어와서 세간살이 새로 갖출 때(한국 집에 오니 집 크기와 일본에서 쓰던 가구 크기 비율이 안 맞아서 대부분 새로 사야 했음; ) 엄마가 들여주시는 건데도 염치불구하고 화장대까지 골랐었다.
나름 머리 써서 먼지 안 타게 덮어두고 쓸 수 있는 구조로 된 걸로.

………그리고 한 8년이 지났는데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가서 말해주고 싶다.
먼지 똑같이 들어간다‘고. 심지어 거울 때문에 뚜껑이 무거워서 열고 너 나이 들고나니 닫을 때마다 매우 귀찮다고.

요근래 들어 부쩍 뚜껑 열고닫는 게 번거롭게 느껴져서 작년에 이사하느라 가장자리가 좀 헐기도 했는데 핑계 삼아 새로 하나 들일까 싶어 이것저것 찾아봤으나 원래 쓰던 화장대의 수납 기능을 그대로 갖추면서 내가 원하는 성능(?)을 가진 게 잘 없다.
결국 고민 끝에 오늘 동네 큰 문구점 가서 제일 큰 사이즈의 투명 아크릴판을 하나 사봤다. 사이즈가 딱 안 맞는 건 좀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당분간은 저걸 뚜껑삼아 덮어두고 써보기로.

저 아크릴판 한 장이 내가 나이 들었다는 증거 같아 씁쓸하네.

Author:

Respon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