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치과 치료가 생각보다 길어지고(이 병원 선생님이 워낙 치료를 천천히 하시는 것 같기도…) 그 와중에 이번에 위의 사랑니는 뽑자고 해서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날짜 잡아놓고 마음만 심란했다.
병원에서도, 주변에 물어봐도 위쪽 사랑니는 비교적 쉬운 편이라길래 그나마 그것만 믿고 드디어 발치일.

난다님이 멀쩡한 이를 ‘뽑을 때’의 기분나쁜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시더니 그게 뭔지는 알 것 같았다. 마취 덕에 아픈 건 하나도 모르겠는데 뭔가 까드득 소리와 함께 뽑혀나가는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더란.

뽑고 보니 안쪽에 이가 하나 더 있었고 그것도 마저 정리했다며 뽑은 이 두 개를 다 보여주시는데(안쪽에 있었다는 건 정말 미니 사이즈? 였음)

—그렇게 멀쩡한 이를 생으로 뽑았는데 이 정도 감각만 있다니 마취란 참 좋은 것이구나(이건 혜린이 낳을 때도 생각했다만),
—구석에 있던 것에 비해서는 지금까지 썩지도 않고 별 말썽도 없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나는 진화가 느린 인간인가,
—우리 엄마는 뭐 이렇게 이는 주섬주섬 많이 넣어 낳아주셨나,

별별 생각을 하며 집에 와서 엄마에게 이야기하니 ‘왜 그런 걸 아빠를 닮아!’라고 바로 책임을 토스하셨다.(엄마는 사랑니가 하나도 없고 우리 아빠는 네개 다 정리하심…)

긴장해서 누워있었더니 이가 아니라 삭신이 쑤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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