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모님의 트윗에 종종 제왕절개 때문에 수술 날짜 잡으면서 좋은 사주에 맞춘다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산모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항상 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의 한 부분이 생각난다.

누군가의 집에 가서 읽은 초등학교 고학년용 젊은 한국 작가들의 단편 모음 같은 책이었는데 책 제목도 앞뒤 내용도 생각이 하나도 안 나고 뭔가 저승에 모인 망자들이 서로 어쩌다가 이승을 떠났는지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그 중 한 명이 아이를 낳다가 죽은 산모였다.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길래 일부러 사주를 받으러 갔더니 점쟁이가 날짜와 시간을 정해주며 그 날 아이를 낳으면 나중에 아이 덕에 ‘꽃가마’를 탄다고 하길래 좋아라 했건만 그 꽃가마가 상여였나보다며 한탄을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한 4-5학년 쯤이었으니 어린 마음에 ‘이런 걸 따로 정해달라고 가는구나’ 하고 신기해서 그랬는지 그 부분만 이상하게 이 나이까지도 쓸데없이 기억이 선명하다.

생각해보면, 이왕 정할 수 있다면 좀더 좋게(?) 낳아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혹은 욕심일테지만 괜히 미리 듣고 그 때에 맞추지 못하면 앞으로 두고두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때 맞춰 낳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릴 테니, 참으로 이러지도 못할 일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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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응급이면 사주고 뭐고 필요없지 않나요…빨리 낳던가 해야지…사주가 크게 중한 건 아닐텐데…(물론 하나라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은 부모-조부모-마음이야 있겠습니다만…)

    1. Ritz

      아 저건 응급이 아닌 경우 이야기지요;; 아이가 역아로 있거나 정상분만이 힘들 상황이면 미리 좀 이르게 수술 날짜를 잡으니까요. 그럴 경우에 보통 사주 같은 걸로 좋은 때를 받긴 하는데 그렇다고 자기네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휴일이나 새벽 3시 5시 뭐 이럴 때 수술해달라는 사람이 꽤 많나 보더라고요.

  2. ㅋㅋㅋ 전 그 받아든 사주가 애가 잘되는 게 아니고 부모 잘 모시고 사는 팔자라서 웃겨요. 그런걸로 잘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애가 크게 잘되는 사주를 바라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1. Ritz

      그나마 정해진 시간 안에 제일 나은 사주가 그거였던 게 아닐까요.(…) 그 집은 그 시간에 애 못 낳으면 애가 말 안 들을 때마다 두고두고 그 이야기 하겠네요. -_-;

  3. 아 혹시 새벽5시에 제왕절개 그얘기에요?? 그시간엔 졸려서 아기이마 그을수도있다는거 보고 ㅎㄷㄷ했거든요

    1. Ritz

      아, 꼭 그 이야기만이 아니라 정말 자주 무리한 시간에 수술해달라고 하는 건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애 관련이면 뭐든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