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12월에 정말 심하게 감기에 난데없이 장염(이었던 것 같음)까지 같이 와서 한달쯤 고생했는데 그러고 1월을 넘어가니 갑자기 위에 뭔가 이상이 생긴 듯한 증상—명치 끝이 갑갑하고 더부룩한—들이 한꺼번에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주 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편하지도 않은 채로 어영부영 린양 방학을 넘기고 개학할 즈음에는 좀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구정이 다가오면서(…) 다시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결국 내과행.

한달쯤 그랬다고 하니 의사 선생님이 ‘뭐 때문에 그렇게 버텼냐’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위내시경 한지는 얼마 안됐으니 닷새 정도 약을 먹어보고 전혀 차도가 없으면 다른 장기 쪽의 문제도 확인할 겸 복부 초음파를 해보자, 고 하셨다.

받아온 약을 먹으니 첫날은 확실히 편해지는 듯했는데 2~3일째에는 왠지 다시 원상복귀 되는 느낌, 닷새째에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상태긴 한데 그래도 약은 어쨌거나 더 받아야 할 것 같고 왜 요며칠 인터넷 뉴스에서는 갑자기 ‘젊은 층의 췌장암이 늘었다’ 등등의 기사가 눈에 자꾸 들어오는지. -_-;
어차피 작년 건강검진 때 복부 초음파도 해봐야지 하고는 그냥 넘어간 일이 있어서 이번에 가면 그냥 초음파를 볼 수 있겠느냐고 물어볼 생각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약먹기 전보다는 편해졌으나 완전히 나은 것 같지는 않다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 의견은 “한달을 앓았는데 닷새만에 다 회복되지 않을수도 있다’. 어차피 작년에 건강검진 때 미처 못했던 게 찜찜하니 초음파를 해봐도 될까요(그 와중에 계속 머리속에 ‘내 내장을 봐야만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말하다가 무려 ‘내장 초음파’라고 했다. 의사선생님 순간 동공 흔들리셨음. 이분 아마 그날 내 덕분에 심심하면 한번씩 그 생각나서 웃었을거야…), 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주셔서 난생 처음 초음파로 간, 쓸개 등등을 구경했는데 다행히 별 이상은 없다고.

의사선생님 소견으로는 2~3일 정도 안에 거의 나을 것 같고 상태가 괜찮다 싶으면 약은 더 안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날 오후부터 갑자기 속이 확 편해지기 시작해서 이 갑작스러운 전개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약먹는 동안에도 ‘혹시 위 말고 다른 데 아닌가’ 하는 찜찜함이 오히려 위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_-; 원인이 ‘위’일 거라고 확정되자마자 갑자기 약발이 확확 도는 인간의 간사함이라니.

어쨌거나 거의 두 달만에 컨디션 얼추 회복. 올 겨울은 내내 골골거리다 다 지나갔다.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