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 한 주는 대략 저 짤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강남 사우나’발 확진자 증가로 시끄럽고 ‘그’ 사우나는 우리집에서 도보 5분, 2백 미터 거리에 있다. -_-
옆사람은 올해 내내 재택 근무 중이고 나는 자발적으로 ‘동선이 없는 생활'(…) 중, 린양도 학교 외의 동선이 거의 없어서 확진자 수의 오르내림에 가능한 한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올 한 해를 버티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가까운 곳에서 터지기 시작하니 이번 한 주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갑자기 뭘 먹든 소화가 하나도 안 되고 뜬금없이 목이 따끔거리는 ‘기분’이 든다. 사람의 육체란 얼마나 정신에 흔들리기 쉬운지.
문제가 생긴 사우나는 별로 크지도 않고 가본 사람들 말로는 시설도 낙후한 곳이라 이 동네에서 대충 50대 중반~60대 초반 정도 사람들 무리가 정기적으로 가는 곳으로 유명(?)해서 나와 접점은 전혀 없는데─나도 그 사우나에 가본 적이 없고 내 주변 엄마들 중에는 그 사우나 위치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 친정 엄마(엄마도 자발적 동선 없는 생활 중이심…)는 이 동네에 오래 사셨다보니 알음알음 안면 있는 지인들이 확진 판정을 받는 일도 있었던 모양.
이렇게 특정한 곳에서 크게 확산되는 경우는 적어도 2주는 지나야 진정세로 돌아서는 걸 지금까지 여러 번 봐서 다음주, 다다음주까지는 좀더 조심해야겠다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하필 린양이 지난주부터 앞으로 4주간 등교해야 하는 기간이라)
금요일 오후에 동네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린양 학년 학부모 중에 사우나 다녀와서 검사 받고 결과가 안 나온 상태에서 애를 등교시킨 집이 있는데 그러고 금요일에 부모 중 한 쪽이 확진 판정이 나와서 아이는 금요일 오후에 부랴부랴 조퇴 후 검사를 받으러 갔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이게 알려지기 시작한 게 정식 학교 알림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리 정보를 받은 학원 시설들에서 해당 학교 1학년 다니는 원생들 집집마다 ‘그 학교 1학년 학부모 중에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일단 학원을 보내지 말아달라’는 연락을 했던 모양.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전화 받은 엄마들이 발칵 뒤집어져서 빠르게 카톡을 통해 돌기 시작했나본데 나처럼 학원을 안 보내고 단톡방이 없는 사람은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판이다.(이런 나를 너무 잘 알고 미리미리 정보를 던져주는 동네 친구와 모님 쌩유… )
금요일 오후에 이런 사실은 전혀 언급 없이 학교에서 온 알림에 따르면
‘만약’ 교내에 확진자가 나올 경우는 ‘전교생 전수 조사’, ‘온라인 등교로 전환’되니 개인 위생에 각별히 주의해달라
고 되어 있었는데, 그 말대로라면 검사 받은 아이 결과에 따라 주말에 해야할 일의 변수가 너무 커서(전수검사에 들어가면 린양도 보건소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니) 혹여 교내 확진자가 나왔다는 알림이 올까봐 저녁 내내 심난하게 핸드폰만 부여잡고 있었다.
간간히 친구가 전해주는 이야기로는 이런저런 단톡방에서 그 아이가 누군지 이미 대충 추정이 끝났고(하필 동네의 핵인싸…) 이 동네가 사우나 때문에 시끄럽기 시작한지 이미 꽤 지났는데 이제서야 검사를 받으러 간 데다 그 사이에 아이를 등교시킨 것도 문제인데 하다못해 검사받은 후에 결과 기다리는 금요일에라도 학교를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엄마들의 성토가 굉장하다고.(미안하지만 그 분은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쉴드를 칠 수가 없을 것 같다. )
학교에서는 계속해서 아무 고지가 없고 저녁 내내 엄마들 단톡방으로만 정보가 난무하는 듯했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심난하게 밤이 지나고 토요일 오전에 동네 친구가 전해준 소식으로는 아이는 음성이 나왔다고. 그나마 한시름 덜었는데 적어도 그 뒤로 학교에서 어떤 알림이라도 있을 거라 생각했더니 주말 내내 잠잠하다가
이런 뜬금없는 통신문만 덜렁 날아왔다.
이 일련의 과정을 겪고 있자니 ‘학생이 등교한 상태에서 가족 중에 확진자가 나왔을 경우’ 그 아이의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떻게 할지에 대한 프로세스가 정해진 게 없고(이번에는 당장 다음날 등교를 하는 주중이 아닌 금요일이라 학교에서는 더 미온적이었던 듯하지만) 학교마다 알아서 하는 상황이라 각자 처리하는 방식이 다 다르고, 인근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와 이 학교의 반응도 또 너무 달랐다.
더불어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본인도 저렇게 갑자기 검사를 받거나 하면 겨를없이 절박하겠지만 한번쯤은 ‘다른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서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이미 학교에 전화한 집이 없을 리 없고 불안해하는 학부모가 많을 거라는 정도는 알 수 있을텐데 적어도 토요일 오전이나 주말 중에라도 ‘가족 확진으로 검사받은 학생이 있는데 음성이 나왔다’고 문제가 없으니 등교는 계속 지속한다는 정도의 알림은 주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내 욕심일지. 린양은 같은 반이 아니라 좀 낫지만 그 학생과 같은 반, 근접 거리에서 생활한 아이가 있는 집은 도무지 내일 학교를 보낼 기분이 아닐 것 같다.
나는 당연히 다음주 한 주 정도는 온라인으로 전환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대로 등교를 진행하는 모양. 초등학생만 됐어도 내 마음 편하려고 견학신청서 내고 일주일쯤 집에 두고 싶은데 중학생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나마 지금까지 학교나 학원 등에서 확진자가 나왔어도 크게 퍼진 경우가 잘 없었던 게 작은 마음의 위안이고(아이들은 그 와중에 정말 열심히 마스크 쓰고 생활하고 있는 거다. ㅠ.ㅠ 린양 말로는 마스크 쓰고 복도에서 서너명이 모여 이야기만 하고 있어도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보면 갈라놓고 가신다고…) 린양은 그 학생과 같은 반도 아니어서 앞으로 마스크 좀더 신경써서 쓰고 생활하라는 정도의 다짐만 한 번 더 해둘 뿐.
다음주가 어느 때보다 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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