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 엄마의 지론은 ‘딸은 손에 물 안 묻히고 커야 시집가서도 고생 안한다(?)’였는지도 모르겠다.
막내와 내가 띠동갑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보통 ‘누나가 다 업어 키웠겠네~’ 라고들 하는데 내가 귀여워서 업어준 적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한 기억은 거의 없고 언젠가 엄마가 다른 분과 이야기하다가 굉장히 단호하게 ‘쟤가 낳아달라고 한 게 아닌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내가 하겠다고 나서는 게 아니면 설거지든 뭐든 시키는 경우가 아예 없었고(이 나이가 되어보니 애 셋 정신 없으셨을텐데 설거지라도 한번 더 할 걸 그랬다) 중학교 들어간 이후에는 공부를 핑계삼아 둘째와 나는 명절에 아예 안 데려가고 남겨놔서 집에서 동생 밥을 챙길지언정 명절날 전 부칠 일 없었다든지 뭐 그런 식이라 남 일에 입 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딸을 그렇게 키우면 안 돼’ 소리도 종종 들으셨다.
입시도 다 지나고 어느 해인가 명절에 친척 중 한 분이 노동력이 아쉬웠는지 ‘딸을 그렇게 아무것도 안 가르쳐서(전집 차릴 것도 아닌데 전을 굳이 가르쳐야 하나?) 시집 보내면 안된다’고 하길래 엄마가 대학 공부까지 하는데 그거 못 배우겠냐고 하고 넘어가셨다는데 그 후 나는 결혼하고 보니 시댁이 제사 없애고 예배만 보는 집이라 전 부칠 일이 없다.(는게 우리 엄마의 승리)
각설하고.
이렇다보니 ‘인간으로서 할 줄 알아야 하는 일’을 교육하는 시기에 대해 신경은 쓰고 있으나 딸을 키우다보니 나도 모르게 린양에게 집안일을 가르치는 데에는 오히려 좀 적극적이지 않은 편. 요즘처럼 인터넷만 열면 필요한 것들이 다 설명이 잘 돼 있는데 가르쳐달라고 할 때 가르쳐주지 뭐, 하게 된다.(물론 린양은 불 쓰는 일 말고는 오히려 저 나이때의 나보다 대개 자기 일은 혼자 알아서 잘 하는 편임)
갑자기 이번주 온라인 수업이 전면 실시간으로 바뀌면서(원래는 선생님들이 올려둔 영상을 본다든지 하는 식이라 여유가 좀 있었는데) 점심시간이 11시반~12시 10분으로 딱 고정돼버렸는데 아침 먹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바로 점심 먹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린양이 점심은 간단히 먹고 싶다길래, 얼마전에 본인이 계란 프라이 정도는 해보고 싶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가르쳐줄테니 토스트에 프라이 얹어서 먹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신이 났다.
옆에서 인덕션 켜는 법부터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자니, 좀 느즈막히(?) 가르치면 볼 때 덜 어설프고 말귀를 빨리 알아듣는 점은 역시 편하다.
당연히 린양 나이에 화려한 요리도 가능한 아이도, 동생들까지 챙기는 집도 있겠지만 처음으로 계란 후라이 하겠다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지나가더라는 이야기. 계란 후라이 해봤으면 다음에는 뭐 다른 것도 볶을 수 있겠지.
아무튼 그래서 이번주 점심은 린양이 셀프로 해결 중인데 어쨌거나… 나는 편해! 근데 닷새 내내 계란 토스트만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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