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금요일은 린양 학교 문화제 날이었는데 우리 때 비슷하게 전시하고 반마다 체험 부스 만들고 그런 식이었던 모양.

하필 이런 시기에… 싶긴 한데 학교 입장에서는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몇번이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통신문을 보내고 결국 마지막에는 ‘출석하지 않아도 결석처리하지 않겠다’고 왔는데 보내고 싶지 않아도 린양은 이미 문화제 진행부에 들어가 있어서 빠질 수도 없는 상황.

그날은 사복 등교라고 뭐 입고 갈지 고민하고 설레는 걸 보고 있으니 코로나만 아니면 해마다 저런 즐거운 일들이 많았을텐데, 싶어 안타깝다.(그리고 한편으로는 교복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아무튼.

설렘설렘해 보이더니 당일 아침에 집에서 나간 후 한 10분이나 지났나, 린양에게 전화가 왔다. 놀라서 받았더니 실내화 주머니를 두고 갔는데 거의 학교 앞에 다 왔고, 되돌아갈지 말지 물어보는데(그냥 갖다달라고 하든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옆에서 듣고 있던 옆사람은 자세히 안 들어도 대충 상황파악이 끝났는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그 순간에 ‘이렇게 한번 벌점을 받아야 다음에 신경써서 챙기지 않을까’ 싶어 갖다줄지말지 살짝 고민했는데 옆사람이 린양과 만날 장소를 정하고 재빠르게 챙겨 나가는 걸 보며 평소에 혼자 알아서 잘 챙기는데 어쩌다 한번 실수한 걸로 굳이 서운하게 할 필요없겠지 싶어 그냥 두었다.

린양도 서둘러 거슬러오고 옆사람도 빨리 갔던지 금방 돌아왔길래 잘 전해줬냐고 물었더니 옆사람 말이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애가 (날이 추우니) 귀가 빨개진 채로 기다리며 서 있는 걸 보니 ‘아, 나도 이렇게 받은 적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나서 새삼스럽더란다.

옆사람이 재택근무 중이 아니었으면 내가 나갔을 테고 아마 나는 실내화 주머니를 갖다주긴 했어도 분명 아이 얼굴을 보며(귀가 빨개진 게 보이기보다는) 기어이 앞으로 조심하라는 말을 했을 텐데 옆사람은 안 봐도 선하지만 린양에게 반갑게 전해주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줬을거다.

나에게 부족한 여유를 가진 옆사람이 린양의 아빠라 너무 다행이다. 그리고 알콩달콩한 부녀를 보는 것은 언제나 나의 낙.

지나가는 일상이었는데 옆사람의 ‘귀가 빨개진 아이’ 이야기가 자꾸 생각이 나서 적어둔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바라보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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