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요며칠 지은양과 여기저기 다녔던 것이, 아빠 친구분 아들이 미국에서 들어와서 그 김에 서울 관광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누구한테 어디 구경시켜주는 재주가 젬병인지라 SOS를 친 것이었는데 덕분에 며칠간 바쁘지만 재미있는 날을 보냈습니다.

오늘의 계획은 한강 유람선 타기.

용산 근처인 듯


저희집은 예전에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여기저기 관광을 참 많이 다닌 편이었는데, 할머니가 배를 타시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던지라 그 중에서도 유독 이 유람선만큼은 탈 일이 없었습니다.
그 후로도 제가 별로 이런 걸 찾아다니면서 타는 성격도 아니다보니 서울에서만 20년이 넘게 살면서 어제 처음 유람선을 타봤네요.

10시 20분 배를 탔는데 밤에 덥다보니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주로 가족단위(종종 할머니까지 모시고 온 경우도 눈에 띄었음), 아니면 연인들, 외국인들도 예상 외로 좀 있더군요.
여의도에서 출발해 여의도로 돌아오는 왕복 코스였는데 당산철교 근처까지 갔다가 오더군요. 시간은 한 1시간 정도. 티켓은 7,000원입니다(그 밖에도 여의도에서 출발해 잠실로 가는 편도행도 있는데 이건 한 7시에서 8시 정도에 끊기더군요)

밤바람도 선선하고 아무래도 물 위는 땅 위보다는 기온이 낮아서 여름밤 관광으로는 정말 멋졌습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근사함도 놓치고 살았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서울 야경

유람선에서 내리니 밤 11시 반.
마침 지은이가 차를 가져온 덕에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가 야경을 보자!며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여의도에서 서울을 거의 두루두루 질러서 남산으로 갔습니다만 밤 되면 그쪽은 막아두더군요.(…)
이대로는 질 수 없다! 는 생각에 향한 곳은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이었습니다(참고로 저는 여기도 처음 가봤음..;).
북악 스카이웨이 하면 예전에 어디 소설에서 읽으며 ‘음, 이런 데가 서울에도 있나보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 정말 지대가 높더군요.

새벽 1시에 팔각정에서 내려다보는 아득한 서울 전경은 정말로 요근래에 경험한 가장 멋진 풍경이었습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빛의 반짝임을 보고 있자니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도 다 부질없더군요. 그냥 거기서 하염없이 서울을 내려다보고만 있어도 1시간은 너끈히 지나갈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심난할 때 ‘늦은 시간에’ 가볼 만한 곳이었습니다.

이리하여 여의도에서 북악 스카이웨이까지 거의 서울 오만 군데를 다 밟고 돌아다니다가 새벽 2시에 귀환,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살면서도 잘 몰랐지만 의외로 서울에도 이런저런 소소한 재미거리가 많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서울 촌사람(…)인 제가 핑계김에 오히려 여기저기 구경 다니면서 호강을 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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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리츠코

    파자마>너희 친정이 그 근처였구만. ^^ 휴가 잘 보내고 오시게나~

  2. 파자마

    헛. 우리 친정에 다녀왔구만^^

  3. 리츠코

    Dino>로리하고 엣지한 디노님에게는 절.대. 보일 리가 없을 텐데요..=_=+++

  4. 어머. 서울 야경이 너무 멋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