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도 식도락을 좋아하긴 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여전히 ‘먹고 싶은 건 먹어줘야 한다’는 모토에 충실하다보니 요리에서만큼은 평소 이상으로 부지런해집니다.
만들면서도 ‘내가 이렇게까지 먹는 데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이었다는 동물적 본능에 잠깐씩 회의가 들긴 합니다만 일단 맛있는 걸 먹는 건 좋은 일인 거지요.

그럭저럭 별의별 아방가르드(…)한 요리들을 해먹으며 살고 있습니다만 어째서 엄마나 아빠와 통화하다가 ‘오늘 저녁은 뭐 먹었어’ 질문 받는 날은 꼭 ‘카레’나 ‘볶음밥’을 해먹은 날인 걸까요. 결혼하기 전에 할 줄 알았던 요리는 딱 세 가지, 카레, 스파게티, 볶음밥이었던지라 대답하고 나면 꼭 ‘그것만 해먹고 사는 거 아냐?’ 소리를 듣게 된단 말입니다. -_-;

그리하여 오늘은 이런 것도 해먹고 산다! 증명용 포스팅.
미나미마치다 까르푸에 갔을 때 스팸이 싸길래 하나 사면서 나중에 부대찌개를 해먹을 때 써야겠다, 했더랬습니다.
실은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부대찌개를 한번 끓여봤었는데 스팸이 너무 비싸서 왠지 비스끄름해 보이는 ‘비프 로프’인지 뭔지를 겁없이 덥썩 사다가 넣고 끓였었는데 온 찌개에 고깃 조각이 흩어진 데다가 캔 자체의 양념이 실로 포스트모던해서(…) 정말로 끝내주는 맛이 되었더랬지요(그 뒤로는 스팸 없이는 절대 부대찌개를 끓이지 않기로 마음 먹었음. -_-;)
한국에 있을 때 부대찌개는 그렇게 즐겨 먹지는 않았는데 물 건너와 있으니 괜히 한번씩 생각나더군요.

둘이 먹기에 양이 많아서 전골이나 이런 재료 많이 들어가는 찌개를 끓이는 날은 대부분 손님을 초대해서 같이 먹는 편인지라 어제 부대찌개가 땡긴다는 대나무숲의 말에 근처 사는 회사분들 몇분을 불러 같이 먹으려고 준비를 시작하고 보니…

생각보다 자잘하게 들어갈 재료가 많았습니다. -_-;
스팸 하나 해결하려다가 그 외에 준비할 재료가 더 많았습니다만 마음 먹은 김에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멸치, 다시마에 콩나물, 무우까지 넣어 육수를 내고 다대기에도 재료 아낌없이 넣어가며 만들어봤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제맛이 나더군요.

끓이기 전에 기념 촬영(…)

문제는 이렇게 먹어대고 운동량은 줄어서 저나 대나무숲이나 살이 쪄버렸다는 점. 이제는 정말로 운동을 해야 할 때인가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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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키딕키딕

    아이고~ 푸짐하게도 하셨네요.
    정말 일본에 혼자 가서 일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한국 음식 맛나게 해서 가끔씩 먹여주면 눈물나게 좋아하실 것 같아요.
    선배님~ 복받으실겝니다~

    1. 리츠코

      우리집 건너편 맨션에 이번에 대나무숲 회사 후배가 들어와서 불러서 먹기도 편해졌지. ^^
      아무래도 혼자 와서 있는 사람들은 먹는 게 허해지긴 하겠더라. –;

  2. 미사

    오오, 맛있겠는걸~
    참고로 더 살찌는 비법은… 부대찌개에 피자치즈와 셀러리 한 줄기를 넣으면 맛이 더 진해지지 ^^

    1. 리츠코

      사진 찍고 나서 치즈는 한장 얹었는데 셀러리도 넣는 건 몰랐어요. 다음번에는 꼭 넣어봐야겠음. ^^

  3. 하임맘

    새댁, 음식도 정갈스럽게 하네. ^^
    집들이 음식도 아방가드르하게 하더니 어찌 못하는 것이 없스.
    저번에 보니까 살이 살짝 붙은 것이 보기 좋더구만.
    결혼은 하고 볼 일일세. ^^

    1. 리츠코

      집들이 음식은 내 솜씨보다는 도와준 언니 솜씨가 더 컸지.. ^^;;;
      그때는 살이 ‘살짝’ 붙은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재어보니 ‘왕창’ 붙었지 뭐야.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