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금요일엔가, 퇴근길의 대나무숲과 만나 집에 들어오는 길에 역 앞의 드럭스토어에 갔었다.
대나무숲은 면도기를 고르고 나는 옆에서 딩가딩가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입구쪽에서 왠 남자가 척척 걸어들어오더란.

목 주변이 다 늘어진 라운드 면티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의 남자는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 데오도란트 코너에 멈춰서더니…

샘플용으로 놓인 상품을 집어들더니 자신의 슬리퍼쪽에 대고 미친듯이 뿌려대기 시작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나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그 다음에는 양쪽 겨드랑이에 그야말로 난사를.
그러고 마지막에는 -정말 눈을 의심했는데- 자신의 면티 목 부분을 들추더니 그 안쪽(맨살 쪽)에 대고 데오도란트를 마구 마구 정말 마구 뿌려대고는 상품을 제 자리에 내려놓고 들어왔던 것처럼 척척 걸어나가버렸다.

떠나간 자리에는 강렬한 데오도란트 향만 남았다…
혹시 이게 일본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데 나만 놀랐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계산대 쪽을 보니 아르바이트 여직원 둘이 나와 비슷한 표정으로 남자가 있던 방향을 바라보다가 다시 서로 마주보더니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는 표정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_-;

그 옷차림으로 데이트를 가는 것 같지도 않았고(?) 먼 곳을 가야 하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했더니 대나무숲은 ‘역앞에 마음에 드는 여자라도 있나보다’ 하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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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아니, 일본에서도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닐겁니다.

    ….아니, 자주 있지 않아야 할거라고 생각해봅니다.(상상하다가 뇌가 꼬여서 언어중추가 파괴된상태)

    1. 리츠코

      아주 ‘가끔’이라도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무섭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