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무가 제철이라더니 맛도 좋은 데다가 싸서 엄청나게 큰 무우가 하나에 100엔씩 하더군요.
묘한 것이 반토막짜리도 100엔, 하나짜리도 100엔이길래 앗싸 하고(…) 통채로 하나 집어왔었더랬습니다.
애초에는 무국이나 끓여먹고 오뎅국 끓일 때 넣고 하면 되겠지, 하고 사왔는데 다른 이것저것 해먹다보니 무를 쓸 일이 없더군요. -_-;
그리하여 우리 두 사람이면 한달은 먹을 것 같은 크기의 무를 앞에 두고…

1.
마침 김치가 슬슬 떨어져가는지라 가사 시간에 배웠던(!) 무 생채를 해보자, 하고 도전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먹은 것도 그 가사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_-;
애초에는 왕창 만들어버릴 참이었는데 채치는 강판이 생각보다 말을 안 들어서 다치기 전에 곱게 포기하고 한 1/3토막쯤 갈아다가 생채를 만들어봤지요. 만든 첫 날은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가? 싶은 정도였는데 하루 지나니 반찬으로 딱 적당하게 맛이 들었습니다.

2.
남은 2/3로는 깍두기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집에 굵은 소금이 없어 일단 강판에 갈고 남은 쪼가리들을 모아 일반 소금으로 절여서 지퍼락 하나 정도 나올 분량을 만들어봤는데 굵은 소금으로 절이는 시간과 똑같이 했더니 짜더군요. -_-;
굵은 소금을 사온 다음에 만들어야겠다, 결심한 후 일단 남은 무우는 냉장고로.

그리고 그날 오후에 집 앞 수퍼에 장을 보러 가니 굵은 소금은 있고 무우는 여전히 100엔이더군요. 이왕 만들 거면 좀 넉넉하게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어 무우를 또 겁없이 하나 집었지요(이놈의 욕심이 문제…).

그.러.나.

큰 수퍼에서도 굵은 소금을 안 팔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_-;(얘네는 그냥 소금에 절여 먹나…) 그래서 남은 무 분량은 다시 1과 2/3개…

결국 깍두기는 포기하고(굵은 소금은 나중에 신오오쿠보 쪽에 가서 있나 봐야겠음) 오늘 무 하나 좀 넘게 열심히 채강판에 밀어서 무생채를 산더미처럼(?) 만들어치우니 이제 반 개 남았네요.
무밥 해먹고 오뎅국이나 쇠고기 국 좀 끓이고 하면 그럭저럭 다 쓸 수 있을 듯.

역시 싸다고 욕심 내면 뒷감당이 어려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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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미사

    생선 무조림은 압력솥에 하는 게 맛있는데… 근데 릿짱네는 전기압력밥솥인가? 그럼 힘들 듯;;;
    나도 어제 무 하나 사와서 생태찌개 해먹었군 ^^

    1. 리츠코

      전기솥은 번거로워서 처음부터 그냥 가스불에 올리는 압력밥솥을 쓰고 있지요. : ) 무조림도 압력솥에 해먹을 수 있나보네요?

  2. Tom

    무는 강판이 아니라 채썰어야 맛이지…
    그리고 팔도 떨어지지. ^^;

    뜬금없는 리플> 나 사고 당했다. ㅠㅠ

    1. 리츠코

      강판에 가는 것도 안 다치려고 긴장해서 밀다보면 팔 아프던데요. -_-; 내가 채썰면 너무 두껍게 돼서 생채 같은 건 할 수가 없군요.

      교통사고 후유증이 무서운 거니까 얼렁 병원이나 다녀오시라. -_-

  3. 삭은이~

    게임 뮤~ 얘긴줄 알았습니다.

    순수하게 무 사용량을 늘린다면 칼칼하게 만든 무와 생선을 졸여 먹는 것도 좋죠. ^_^

    1. 리츠코

      그러고보니 무 깔고 생선 찌개도 한번 해먹어야겠네요. 집에 찌개 해먹을만한 냄비가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