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처음으로 학부모 시험 감독을 신청해서 들어갔는데.

일단 45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게 엄청 지루한 데다가 요즘 교실은 실내 온도가 따뜻해서 자칫하면 졸리기까지…

린양 학교는 학생수가 많다보니 교실이 그야말로 꽉 차있었는데 발육이 좋은 아이들은 성인 같아서 선생님이 교복 입고 앉아계시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 때 알던 몇몇 동네 아이들은 이름표 없으면 못 알아볼 정도로 많이 컸고.

2교시 수학 시험 시간에 들어간 교실에서 시험 시작하고 15분쯤 지나니 남학생 한 명이 손을 들고 선생님을 부르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코피가 난다고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모양. 화장실에 갈 때는 학부모 감독관이 따라 가야 해서 같이 갔다 왔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험 규칙상 일단 교실을 나가려면 답안지를 완전히 제출하고 그대로 끝인데 이 학생이 그걸 몰랐는지 다녀와서 선생님에게 답안지를 돌려달라고(…) 하니 선생님이 아이에게 교실을 나갔다 오면 답안지는 돌려받을 수 없다고 설명해주셨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고 있자니 학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데 뭐라 더 말도 못했고, 좀더 지나서 그쪽을 슬쩍 보니 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휴지를 갖다준다고 할 걸 그랬나, 괜히 마음이 쓰이면서 45분이 지나가버렸다.

중학교 시험은 대입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훌훌 털고 하나 배웠다고 생각하면 좋을텐데.

집에 오는 내내 마음이 영 안 좋네.

+딸내미에게 이야기하니 선생님들이 시험 전에 수백번을 강조하는 사항이라며 걔가 어지간히 선생님 말을 안 듣는 애였나보다며 너무 마음 쓰지 말란다. 😑 그, 그래?;;; 나만 마음이 안 좋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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