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리를 하다가 일본을 떠나기 전날 부랴부랴 기념으로 찍어뒀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어수선해서 완전히 귀신 나올 것 같은 사진이건만 신혼을 보내고 혜린이를 낳고 떠나온 그 공간에 대한 달콤쌉싸름한 감상에 잠시 젖었네요.
작고 아담했지만 필요한 것들은 다 있었고 돌이켜보면 하루하루가 새로운 곳에 대한 탐험이나 마찬가지였던 그때는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실제로 그랬던 것보다 더 아름답게 기억에 남겠지요.
혼자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전철역에서 집까지 타박타박 걷다보면 주변에서 들리는 외국어와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이라는 이방인으로서의 미묘한 소외감과 고독, 그리고 자유로움은 마지막까지 참 익숙해지지 않았어요.
지금의 한국 생활이야 친정 식구들 옆에 있어 오히려 훨씬 편해졌지만 그래도 그때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은 간간히 밀려오곤 합니다.
남편의 말처럼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 생긴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져야겠지요.
6 responses
타국에서 지내면서 느끼는 “소외감과 고독, 그리고 자유로움” 중에서 제겐 마지막 것이 가장 크게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아직도 여기서 이렇게 뭉개고 있는 건지도…
그래도 “배달시켜 먹을 음식이 다양하고” 이런 얘기 들으면 또 당장 돌아가고 싶기도 하죠… –;
잘 지내시죠? 간만에 혜린이 사진 찾아봤더니 그동안 많이 컸네요. 아빠 닮았단 소리 많이 듣겠어요~
그 자유로움을 맛보고 나면 어쨌건 언젠가 다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 )
저야 뭐 애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있네요. 혜린이는 아빠 판박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 혜린이도 잘 자라고 있지요?
저 거실을 보니 JH군과 함께 땀을 뻘뻘흘리며 닌텐도 Wii를 했던 기억만이;;
전 이제 미국생활도 그럭저럭 할만합니다.
너무 적응이 되어서 제가 이방인이라는 느낌조차 없어진 것 같아요. -_-;
그때 사진도 아직 하드에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호호.
어메식님이야 학교를 다니시지만 저는 일본에 있었어도 일본 사람들과 어울릴 일은 또 그렇게 많지 않았다보니 그렇지 않았나 싶어요. : )
한국에는 한번 안 들어오시나요. 들어오시면 한번 뵈어요. : )
이삿짐이 싸도 싸도 나왔다는 리츠코님 말씀이 왠지 이해가 가는 기분이네요.^^;
그래도 JH님 말씀처럼 타국에 좋은 추억의 장소를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왠지 두근거리는 기분이시겠습니다.
근데 저기 꽃무늬 파자마를 입고 계신 분은 어느분의 다리십니까? 설마 JH님? (…)
일본은 집들이 좁다보니 뭔가 수납 관련 아이템이 많아서 재미삼아 이것저것 사다보니 오히려 짐이 늘더군요. -_-;
자세히 보시면 꽃무늬는 소파고 하늘색에 꽃핑크 무늬가 다리입니다(…) 당연히 대나무숲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