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작게 줄여놓고 보니 정말 뭔가 오글오글하게 많네요..;

사진 정리를 하다가 일본을 떠나기 전날 부랴부랴 기념으로 찍어뒀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어수선해서 완전히 귀신 나올 것 같은 사진이건만 신혼을 보내고 혜린이를 낳고 떠나온 그 공간에 대한 달콤쌉싸름한 감상에 잠시 젖었네요.

작고 아담했지만 필요한 것들은 다 있었고 돌이켜보면 하루하루가 새로운 곳에 대한 탐험이나 마찬가지였던 그때는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실제로 그랬던 것보다 더 아름답게 기억에 남겠지요.

혼자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전철역에서 집까지 타박타박 걷다보면 주변에서 들리는 외국어와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이라는 이방인으로서의 미묘한 소외감과 고독, 그리고 자유로움은 마지막까지 참 익숙해지지 않았어요.

지금의 한국 생활이야 친정 식구들 옆에 있어 오히려 훨씬 편해졌지만 그래도 그때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은 간간히 밀려오곤 합니다.

남편의 말처럼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 생긴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져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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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지구

    타국에서 지내면서 느끼는 “소외감과 고독, 그리고 자유로움” 중에서 제겐 마지막 것이 가장 크게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아직도 여기서 이렇게 뭉개고 있는 건지도…
    그래도 “배달시켜 먹을 음식이 다양하고” 이런 얘기 들으면 또 당장 돌아가고 싶기도 하죠… –;

    잘 지내시죠? 간만에 혜린이 사진 찾아봤더니 그동안 많이 컸네요. 아빠 닮았단 소리 많이 듣겠어요~

    1. 리츠코

      그 자유로움을 맛보고 나면 어쨌건 언젠가 다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 )

      저야 뭐 애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있네요. 혜린이는 아빠 판박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

  2.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 혜린이도 잘 자라고 있지요?
    저 거실을 보니 JH군과 함께 땀을 뻘뻘흘리며 닌텐도 Wii를 했던 기억만이;;
    전 이제 미국생활도 그럭저럭 할만합니다.
    너무 적응이 되어서 제가 이방인이라는 느낌조차 없어진 것 같아요. -_-;

    1. 리츠코

      그때 사진도 아직 하드에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호호.

      어메식님이야 학교를 다니시지만 저는 일본에 있었어도 일본 사람들과 어울릴 일은 또 그렇게 많지 않았다보니 그렇지 않았나 싶어요. : )
      한국에는 한번 안 들어오시나요. 들어오시면 한번 뵈어요. : )

  3. 이삿짐이 싸도 싸도 나왔다는 리츠코님 말씀이 왠지 이해가 가는 기분이네요.^^;
    그래도 JH님 말씀처럼 타국에 좋은 추억의 장소를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왠지 두근거리는 기분이시겠습니다.

    근데 저기 꽃무늬 파자마를 입고 계신 분은 어느분의 다리십니까? 설마 JH님? (…)

    1. 리츠코

      일본은 집들이 좁다보니 뭔가 수납 관련 아이템이 많아서 재미삼아 이것저것 사다보니 오히려 짐이 늘더군요. -_-;

      자세히 보시면 꽃무늬는 소파고 하늘색에 꽃핑크 무늬가 다리입니다(…) 당연히 대나무숲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