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일본에 있을 때 유난히 먹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길거리표 떡볶이였던 것 같네요.
아쉬운대로 짬뽕까지도 직접 해먹었더랬는데 오히려 그건 꽤 먹을만 했건만 떡볶이는 집에서 만들면 아무래도 뭔가 원하는 맛이 안 나더라구요.

주부 사이트들에 올라오는 ‘파는 것과 최대한 비슷한’ 이라고 수식어가 붙은 레시피는 다 섭렵해봤던 것 같은데 역시나 한계가 있더군요.
그러다가 태터 쪽 분들이 일본에 오시면서 넉넉하게 가져왔다고 떡볶이 소스를 몇개 나눠주셨었는데 이게 의외로 진짜 편하고 맛도 제대로 파는 맛(?)이 나서 ‘오호라~’ 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근처 언니들이랑 집에서 떡볶이 파티도 했었다지요..;

소스만 간편하면 떡볶이 만드는 것도 사실 라면 끓이는 것과 별다를 게 없어서, 혜린이 임신한 동안에 대나무숲이 한참 바빠 늦는 날이면 내내 징하게 따라다닌 입덧 때문에 밥해먹기도 흥이 안나 엄마가 끊이지 않게 보내주셨던 떡볶이 떡에 양배추 좀 썰어넣고 혼자 1인분으로 자주 끓여먹었었네요. 그냥 기분상 라면보다는 뱃속의 아이한테 덜 나쁠 것 같더라고요. ^^;

지금도 주말 점심은 한끼쯤 떡볶이로 떼우는 일이 잦은데 한동안 직접 고추장 넣고 간 맞춰서 만들다가 일본에서 먹었던 그 소스 생각이 나서 주문해봤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들어 먹으니 거꾸로 일본에서 처음 먹으면서 기뻐했던 생각도 나고 여전히 맛도 있더군요.
지금이야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나가서 사먹으면 그만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엉뚱한 것에서 예전을 추억하게 되곤 합니다 그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