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TV에서 바람의 나라를 드라마화한다는 이야기를 보며 문득 생각해보니 저는 그 작품이 92년에 댕기에서 연재를 시작할 때 리얼 타임으로 봤었습니다. 순정만화잡지였던 댕기의 인기는 당시 상당해서 처음에는 이번에 쌍둥이 낳은 친구가 산 걸 빌려 보다가 나중에는 한 달에 두권 나오는 그 잡지를 번갈아 사서 나눠봤던 기억이 있네요.
그 뒤에 댕기에 실렸던 작품들이 한두개씩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표지 디자인 같은 것도 꽤 괜찮았더랬어요.
바람의 나라는 초반에 연재분을 보고 거의 열광했다가 갑자기 연이가 덜컥 죽어버리는 걸 보고 ‘이 뭥미!’를 외치고 관심이 식었는데 그래도 한 4-5권까지는 샀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그게 보고 싶어져서 먼지 풀풀 날리며 친정집 책장 안쪽을 좀 뒤적거렸는데 그건 안 보이고 뜬금없이 터치 앤 터치라는 김기혜씨 작품이 튀어나오더군요.

김기혜씨 작품이라면 그 당시 순정계 기준에서는 나름 살짝 ‘야하고’ 분위기도 성인풍이었는데 문제는 대사들에 후까시가 팍팍 들어가다보니 가끔 앞뒤 문맥이 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었네요. 그래도 나름 좋아했었습니다만…

마침 혜린이도 낮잠을 자길래 잠깐 뒤적거려보니 여전히 가끔 대사가 좀 뜬금없긴 해도 남자 주인공의 그 뭐라 말할 수 없는 유들유들한 매력(?)은 아직 있더라고요.

그러나…
한참 읽다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예전에는 주인공이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았던 거 같은데 이제 내 나이가 더 많아…

주인공 김준현 나이가 서른은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스물 아홉밖에 안됐더군요. 결국 ‘스물 아홉짜리가 뭐 이렇게 유들거려!’라는 코웃음과 함께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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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esponses

  1. ….영원한 누님으로 생각되던 캐릭터들이 지금은 모조리 연하…..(아니 요즘 뭔 매체에서 나오는 누님캐릭터들이 30대인 경우는 없.(크리티컬?))

    인생무상이란게 별 다른데서 느껴지는게 아니더라고요.(먼하늘)

    1. 리츠코

      그리하여 누님당의 룬님은 자연스럽게 로리당이 되시는 거군요. ( ”)

  2. 이미 나이야 주인공을 훨 넘어버리고 조언자 박사급….(;;)을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지요..(조만간 겐도의 나이를 넘어서, 음험한 중년이 되는 것일까..)

    또 격세지감 느끼는 거라면… 1999년 세계멸망한다는 이야기 나오는 만화들 볼 때..로군요. 최근에 마크로스 7보면서 2009년 젠트라디와 조우..를 보고있자니 과연 내년에 젠트라디가 올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말이지요..( “)

    1. 리츠코

      헉, 겐도의 나이를 넘보실 정도라면…-_-;

      내년이면 1999년의 10년 후네요. ^^; 그러고보면 1999년에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는데 말이죠.
      혹시 아나요. 내년에 젠트라디가 갑자기 등장할지도요…( ”)

  3. >> 예전에는 주인공이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았던 거 같은데 이제 내 나이가 더 많아…

    이런 경험이야 뭐 이젠… (후우~~~~)

    1. 리츠코

      호호, 저는 스트님보다 훨~~씬 어리거든요. : p

  4. 드디어 릿짱님도… (뒷말 생략… 후다닥)

    1. 리츠코

      시끄러워욧. -_-+

  5. 민윤

    바람의 나라 마케팅하고 있는데, 한가지 비밀을 알려주자면,,, 저작권을 10권까지밖에 못풀어서, 10권 이후의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다룰 수가 없다는 슬픈 현실… 호동왕자와 낙락공주는 캐스팅도 안되었다우… (멋진 대사 기억나는 거 있음 알려줘~ 좀 써먹게.. 책을 다시 봐야는데 시간이 안나네…….)

    1. 리츠코

      어라, 왜 10권까지밖에 못 풀었을까? 바람의 나라가 이야기 진행이 무지 느려서 10권까지래봤자 이야기도 얼마 안 갔을 거 같은데…-_-;

      그 작품이 대사발이나 지문발이 좋았던 건 기억나는데 나도 단행본을 본 지는 진짜 오래돼서 가물가물하구려. 조만간 친정에서 책 찾게 되면 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