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난다님을 만났을 때 추천받았는데 요즘 소설 읽기가 영 힘들어서(뭔가에 감정을 쓰는 게 피곤하다) 작가 이름만 기억하고 지나갔다가 올해가 가기 전에 뭐라도 한 권 읽고 싶어서 (책이 얇다길래) 주문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맡겨진 소녀>. 두 권 다 두께는 정말 얇다;; 좋네.
2024년의 마지막날도 어영부영 보내고 오늘도 여전히 속 터지는 뉴스들만 가득하지만 그래도 2025년의 첫날만큼은 뭐라도 한 일이 있었으면 해서 꾸역꾸역 손에 잡았는데 정말로 분량은 짧았고 그럼에도 마치 한 편의 장편 시처럼 문장은 유려하게 넘어갔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p.121
고발과 스펙터클한 해결 과정, 뭐 이런 내용이 전혀 아니라 인간으로서 외면하지 못할 일을 결국 마주하기까지, 한 인간의 심리적인 흐름의 묘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작품.
소설이란 읽다보면 어느 부분에서든 나와 겹쳐보게 되는 지점이 생기기 마련이라 펄롱의 마음 뒤숭숭한 고민과 주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걸 혼자만 외면할 수 없는 외로움, 그리고 마침내 행동하는 선함은 지금의 우리가 요근래 너무나 힘든 와중에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던 그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선(善)이란 왜 이토록 어두울수록 찬란해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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