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마을가족카페

·

·

평소에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던 고려인들 이야기가 보이면 눈여겨 보는 편인데, 그 이야기에 자주 나오는 당근 김치가 가끔 무슨 맛인지 궁금했더랬다. 아무 재료도 없는 허허벌판에 떨어져서 뭘 어떻게 김치 대신으로 만들었을까.

요즘은 중앙 아시아 요리점이 꽤 생겨서 찾자면 먹어볼 수 있는 곳을 찾을 수는 있을텐데 그거 찾으러 다닐 정신은 없고 우연히 타임라인에서 어느 분이 스마트 스토어에서 파는 걸 사 드셨다는 글을 보고 나도 따라 주문.

당근 김치 하나만 시키기는 배송료가 아까우니 라즈베리 잼과 호밀빵도 하나 넣어봤다.

https://smartstore.naver.com/goryoincafe

일단 당근 김치.
요즘 유행하는 라페랑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 이건 신기하게 어쨌거나 ‘한식’이라는 느낌이다.
사실 당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독한 식감도 마음에 들고 묘하게 한식 반찬에도 양식에 곁들여도 어울릴 맛. 김밥 김 반 잘라서 이것만 넣고 꼬마 김밥 말아도 맛있을 것 같다. 이거 뭐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의외로 익숙한 맛인데 딱 떠오르는 게 없네.

난데없이 기차에 실려서 허허벌판에 내려진 사람들이 거기에서 또 살기 위해 무언가를 키우고 일구며 좋아하던 맛을 비슷하게 구현하려고 했던 이 음식의 배경 때문인지 당근 김치는 왠지 애틋했다. 아리랑 같은 음식.

라즈베리 잼은 보통 잼보다 좀 묽은 편인데 그래서 좀 퍽퍽한 호밀빵에 찍어먹듯이 같이 먹으니 어울렸다. 일반 잼 레시피보다 설탕이 덜 들어가는지 라즈베리 맛이나 새콤함이 잘 느껴지는 편이다. 탄산수 같은 데에 타서 마시기도 좋을 것 같고… 그러고보니 잼보다는 청에 가까운가. 🤔

호밀빵은 크기에 비해 무게도 굉장히 묵직하고 씹다보면 느껴지는 ‘찰기 있는 구수함’이 인상적이었다. 맛도 ‘무거운’ 느낌.

이렇게 긴 호기심 하나를 해결.
당근 김치 유통기한이 얼마나 되나 상품 페이지를 다시 보니 의외로 그리 길지 않아서 이번에 산 건 주위랑 나눠 먹고 또 먹고 싶어지면 그때그때 주문해야겠다.

5 responses

  1. ‪Don’t Panic

    낯설고 척박한 땅에 떨어진 사람들이 강에서 물을 끌어다가 콩을 심더니만 그 콩을 키워서 콩으로 장을 담고 두부를 만들고 콩나물을 키우고 해서 먹고 살고 살아남는 것을 보고 많이들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1. Ritsko

      우리나라 사람들 생존력 정말 너무 대단해요.

      1. Don’t Panic

        땅은 온통 산지라 평지가 적고 사계절이 있어서 추위와 더위를 다 견뎌야 하고 그런 속에서 살아남다보니 다들 생존에 특화된 dna을 가지게 된 듯요

        1. Ritsko

          그러고 어디 가든 자식 악착같이 공부 시키고요. ^^; 저는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1. Don’t Panic

            그래서 유대인이랑 비슷하다는 얘기 듣는 거에요. 미국 한인사회가 교회중심으로 형성되고 유태인들 빠져나간 자리에 들어가서 악착같이 버티는거 보고 종군위안부 문제가 됐을 때 유태인들이 어랏! 얘네 우리랑 비슷하네, 얘네 편 안들고 일본 편 들면 우리도 똑같이 여겨질 지도 … 등등 암튼 유태인들이 우리를 자기네랑 비슷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해석을 들은 적이 있어요.

Leave a Reply to Don’t Panic Cancel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