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오늘 낮에 신사역에서 강남역 쪽으로 내려오는 버스에 앉아있는데, 앞쪽 자리에 앉아 웃고 까불던 중3쯤 되어보이던 남학생 둘이 내리더니 그 다음으로 그 자리에 앉으려던 한 아주머니가 멈칫 당황하셨다. 주변 사람들이 덩달아 그 자리를 보니 방금 내린 학생이 교복 재킷을 두고 덜렁 내려버린 것(주머니에 지갑도 들어있는 것 같던데). 

보통 한켠에 치우고 앉거나 주인을 찾아줄 생각은 안 할 것 같았는데 그 좌석 옆에 앉았던 서른 초반쯤(?)의 남자분이 일행과 함께 되게 열심히 창밖을 내다보더니(마침 막히는 길이라 버스가 천천히 가고 있었음) 교복을 두고 내렸는지도 모르고는 여전히 까불락거리며 길을 걷고 있는 두 학생을 찾았다! 

처음에는 창가쪽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학생~~~‘ 하고 큰소리로 불러도 못 들어서 마침 버스도 인도에 가깝게 가고 있었던지라 사람들이 기사 아저씨한테 뒷문을 잠깐만 열어줄 수 있냐고 물으니 그건 곤란하시다고…;
의외였던게, 그랬더니 그 남자분이 그 재킷을 들고 직접 다음 정류장에 내릴 준비를 하시는 거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이 좀더 큰소리로 불렀더니 마침내 같이 걸어가던 친구놈 쪽이 먼저 듣고는 버스쪽으로 돌아봤다. 그러고는 교복을 보더니 지 친구에게 ‘니 옷!’ 하고 알려주고, 그 놈은 그제서야 자기가 옷을 두고 내린 걸 알더란…-_-; 

버스는 막히는 길을 슬슬 가고 있었고 그 학생은 열심히 달려 버스를 쫓아와서 결국 창밖으로 던진 재킷을 받는 데에 성공! 
오늘 그러고 집에 가서 교복 잃어버렸다고 했으면 엄마한테 잔소리 백만시간이었을걸? ( ”)

별 거 아닌데 괜히 흥겨운(?) 해프닝이었다. 
세상이 흉흉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학생이 두고 내린 교복을 찾아주는데에 모두 같이 마음을 쓸 만큼은 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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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misha

    정말 훈훈한 에피소드네요…

    1. Ritz

      무사히 교복 돌려주고 나니 다들 되게 뿌듯해하는 거 같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