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0531린양이 미국에서 놀러온 지인에게 선물받았던 디즈니 그림이 그려진 립글로스를 가지고 다니다 어린이집에서 잃어버렸는데, 그 직후에 반 아이가 ‘자기도 이모가 똑같은 걸 사줬다’며 똑같은 립글로스를 보여줬댄다.

혹시 싶어 인터넷에서 좀 찾아보니 이 립글로스가 린양이 가진 건 튜브형인데 그새 리뉴얼이 되어 지금은 어른들 것처럼 봉타입으로만 나오고 있더란.
린양은 그저 자기는 아끼던 걸 잃어버렸는데 마침 친구는 딱 그게 생긴 게 속이 상한지 잃어버리고 온 날 집에서 한참을 울었더랬다. 딱히 해줄말이 없어서 다음부터는 그런 걸 어린이집에 가지고 다니지 말자, 고 하고 넘어갔는데….
일단 린양 딴에는 많이 아쉬웠는지 그뒤로 이틀 정도까지도 계속 어린이집 놀이 시간에 그걸 찾아다녔나보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린양에게 무려 ‘그거 이제 그만 좀 찾으라’고 했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가기는 걸려서 오늘 아침에 마침 시간이 맞아 담임선생님께 따로 여쭤보니, 안그래도 그날 혜린이가 선생님한테 혹시 나중에라도 교실에서 찾으시면 알려달라고 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이들 거의 다 돌아간 늦은 오후에 그 아이가 갖고있길래 그거 아까 혜린이가 찾던 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선생님에게는 어물거리다가 ‘혜린이가 선물로 가지라고 줬다’고 했단다. -_-
선생님도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알림장으로 그게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나한테 물어보시려던 참이었다고.

일단 선생님께서 알고 계신다는 점에 안심했고, 딱히 애한테 어떤 조치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앞으로 좀더 주의깊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혹시 린양도 성격이나 성향에 문제가 있어서 아이들이랑 교우관계를 맺는 데에 어려운 면이 있거나 하면 그런 것도 꼭 알려달라고 부탁드리고 돌아왔는데, 오는 길 내내 마음이 착찹하고 안 좋다.
내가 여기서 더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앞뒤 설명없이 불쑥 SNS에 심란하다는 한줄 글 남기는 거 다른 사람이 그렇게 남긴 것도 안 좋아하고 나도 가능하면 남 궁금하게 하는 일 없이 올리려면 제대로 앞뒤 사정을 이야기하자 하는 편인데 오전에 집에 와서 너무 심란해서 남긴 한줄 글에 모두 걱정하는 멘션을 너무 많이 주셔서 간략히 정리 삼아…
아이를 키우는 건 높은 파도를 끝없이 넘고 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ps.
선생님께서 알림장에 적어 보내주셨는데, 아이에게 따로 물어보니 너무 갖고 싶어서 집에서 가서 엄마에게도 린양이 선물로 준 거라고 했다고 했단다. 꼭 다시 가져오기로 했다는데 물건 돌려받고 나면 린양에게 이번에 새로 산 것 중(저게 항상 무려 7개 세트임. -_-) 하나 선물로 주라고 해야겠다. 어렵다, 정말. 

집에 온 린양의 이야기는 그 아이가 선생님한테 혼이 나고 린양에게 직접 ‘너무 갖고 싶어서 너한테 거짓말을 하고 가져갔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단다.(그 와중에 또 ‘너희 엄마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고. 너 이 아줌마가 바보로 보이니? -_-;)
린양은 적잖이 당황했던 거 같은데 너는 뭐라고 대답했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자기는 새 거 생겼으니까 그냥 가져도 된다고 했다고…;; 그랬더니 월요일에 꼭 갖다주겠다고 했다는데 린양에게 돌려받고 나면 그 다음에 새로 산 것 중에 하나 골라서 진짜로 선물을 해주라고 하니 그러겠다고 하고 이 일은 이래저래 마무리된 것 같다.(뭐가 더 남았으려나? ㅜ.ㅜ) 

요즘은 부모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아 조심스럽다보니 참, 쉽지 않다.
그저 모두 배운 것만 있고 시끄럽지 않게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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