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글을 쓰려고 언제 처음 왔더라 찾아보니 정말 딱 두달 정도 됐네요.

가끔 트윗에 글을 올리면 ‘아니, 아직 살아 있어요?’라는 멘션이 날아오곤 하는 달팽이 달달이(라지만 아무도 그 이름을 불러본 적 없음)는 당연히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잘, 멀쩡히.

그럭저럭 키운지 좀 되어가니 그간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나 주절주절.

일단 인터넷을 검색해서 뭘 먹는지, 생활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주면 되는지 알아봤지요.
맨 처음 걸린 블로그에서는 따로 집도 필요없이 락앤락통 뚜껑에 구멍 뚫어서 키우고 있었는데 그분은 수퍼에서 과일 팔 때 쓰는 플라스틱 과일팩을 추천하셔서 한 보름 정도 체리 먹고 남은 플라스틱 팩에 흙(냄새가 안 나도록 다이소에서 파는 압축배양토-코코넛)을 깔고 키우다가 구조상 수시로 열고 닫기가 번거로워서 결국 5천원을 투자하여 집을 장만하였습니다.

대략 일주일에 한번 정도 흙 갈아주고 계란껍질 빻아서 좀 깔아주고 먹이는 이틀에 한번 정도 바꿔주네요. 상추는 하루만에 시들어서 귀찮고 당근이 딱 좋았어요.

  • 달팽이는 야행성이네요.
    생각보다 규칙적이라서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항상 집 안쪽의 왼쪽(가장 빛이 안 들어오는 곳) 천장에 거꾸로(대체 왜 그렇게 불편하게? 박쥐 사촌인가…) 매달려 있어요. 항상 빛이 가장 안 들어오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는 건 나름 신기하죠. 대략 활동을 시작하는 건 밤 9시 정도? 제일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건 새벽 2-3시 정도더군요.
    비가 오거나 아침부터 습기가 많은 날은 오전에도 돌아다닙니다.
  • 처음에 집을 청소하려다가 억지로 옆으로 밀었더니 껍질안에 있다가 갑자기 물거품을 찌익 뱉어서 ‘오, 죽을라능가(!)’ 했는데 몇번쯤 더 겪고보니 이거 나름 위협하는 거더군요.
    저는 어지간해서는 만지기 싫어서 옆사람이 도와준다고 억지로 집어서 치웠더니 똑같이 물거품을 찌익.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건방지게 담배피지 말라는 어른 앞에서 침 찌익 뱉는 중삐리 삘이라며 매우 괘씸해했습니다. -_-;
  • 키우다 보니 별일 없어 그냥 계속 키우게 되는 면도 있어요.
    살아있는 것을 억지로 죽일 것도 아니고 딱히 시끄럽거나 잔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니 이전에 뭘 키워본 적 없는 초보자가 해보기에는 적당한 게 달팽이겠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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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크기가 너무 크고(-_-) 뭔가 심하게 흐늘흐늘한 이 느낌은 기존에 내가 생각하던 달팽이와 어딘가 달라 거부감이 들었는데, 얼마전에 우연히 네이버 기사의 달팽이 사진을 보고 깨달았지요! 제가 예전에 알던 달팽이는 바로 저 사진의 저런 거였다니까요. 더듬이 쪽에 까만 심지가 있고 좀 작고 귀여운? 이미지. 근데 우리집 달팽이는….
  • 먹이는 위에 말한대로 상추를 좀 주다가 당근이 더 편한 것 같아서 요근래에는 계속 당근만 주는 중.
    ….이었는데 가끔 주말에 집에서 고기 구워먹고 상추가 남으면 한장씩 넣어주곤 해요. 그러다 알게 된 건데 이 넘이 같은 걸 여러 날 주면 나름 먹는 속도가 떨어지네요? -_-
    처음에는 상추쪽을 더 좋아하는 건가 했는데 며칠 상추만 줘보니까 또 지날수록 먹는 속도가 떨어지다가 그 다음 당근을 줄 때 코 박고 먹는 걸 보며 매우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냥 주는대로 먹어라…

모 님이 보내주신 어느 블로거의 글에 따르면 이 거대(식용) 달팽이(…)는 황소개구리처럼 해외에서 유입된 종이라 함부로 개체를 늘리거나 마음대로 놓아줘버리면 곤란하다고 하네요. 번식력도 너무 강해서 혹여 낳은 알을 버리더라도 반드시 삶아서(…) 버려야 할 정도라고 하니 굳이 여러 마리 키울 필요 없이 어쩔 수 없이 생겼다면(?) 한 마리만 키우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넷 검색하다보니 ‘외로울 거 같아 한마리 더 들였어요'(달팽이가 외로움을 느낄까 싶다만…) 했다가 알을 왕창 낳아 쩔쩔매는 글들이 심심찮게 걸리는군요.

주변에서 하도 다들 정 안되면 요리라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들 해서(이거 하나를 요리하자고 팬에 기름두르기도 구찮아요…-_-) 차라리 이름을 ‘비상식량’이라고 개명을 해야할까 고민 중입니다.

얘?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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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esponses

  1. misha

    달팽이도 같은 걸 계속 주면 나름 시위하는군요. 놀라워라…+_+;;;;;

    1. Ritz

      먹는 속도가 뚝 떨어져요. -_- 그러다가 다른 걸 주면 며칠 굶은 양 덤벼는 거 보면 저것도 산 생물이라고… 싶네요.

  2. 편식 달팽이… ~_~
    한 1년쯤 키우면 다리도 난다던데…(도시괴담)

    1. Ritz

      차라리 다리가 생기면 걸어서 가출해주었으면…-_-

  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

  4. Kei

    나름 계속 같은 것을 주면 질리는 입 짧은 달팽이…

    1. Ritz

      이 집에서는 입이 짧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하루 빨리 알아야 할텐데요..=_=

  5. facebook_lungrizz

    미식가 달팽이군요.(…)

    1. Ritz

      가려먹으면 굶기는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