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껍질 속에 쏙 들어가 있어서 죽었나? 싶어 확인 삼아 분무기 몇번 슥슥 뿌려주면 어느 샌가 스르륵 나와 먹이를 먹던 달팽이가 요 일주일동안 반응이 점점 느려지고 느려진다 싶더니 드디어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혹시 몰라서 며칠간의 신중한 관찰 끝에 내린 결론.;)

보통 수명이 2~3년 정도, 잘 키우면 5~7년까지도 간다고 하는데 우리집에 있었던 시간이 1년 3개월 남짓이었으니 그리 오래 보살펴주지는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좀 안좋네요.
산 생명을 소홀히하기는 양심에 찔려서 먹을 것, 치워줄 것은 그래도 꼬박꼬박 신경써서 챙겨 줬는데. 음….

린양에게도 이야기해주니 (내내 관심도 없었으면서; ) 안타깝다고 시체(?)는 묻어주고 싶어했는데 아파트단지에 그럴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 깨끗한 새 비닐에 흙과 함께 담아 일반 쓰레기로 버리기로 했습니다.

막상 치우자니 쓰레기 봉지에 버리는 게 살짝 거부감이 들어서 다른 방법도 이래저래 생각해봤는데 모님이 제안하신 화장(…)은 뭔가 요리하는 기분이라 좀 그렇고 음식물 쓰레기에 버리는 건 더 이상하고…. 

‘엇, 죽었나? 에이, 살았구만’ 이 과정을 1년쯤 반복했는데 막상 정말 반응이 없으니 허전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네요.
살아있는 무언가를 키우는 건 참…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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