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고등학교 때였던가, 친했던 친구가 비디오 가게에서 우연히 빌린 영화가 제목이나 커버는 너무 유치한데 뜻밖에 너무 멋있고 재미있었다고 꼭 보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해서 찾아봤던 게 ‘Labyrinth’.
보면서 뭐 저렇게 정말로 사람 아닌 것들의 왕처럼 생긴 배우가 있나(?) 했다. 저런 왕의 구애를 튕겨내는 여주인공이 이해가 안 갔었는데…;
저런(?) 영화를 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했는데 나중에 한참 지나 인터넷에서 검색하다보니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유명한 영화였다는 것도 놀라웠었다. -_-;

데이빗 보위가 가수인지 배우인지도 모를 시절이라 영화에 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비디오 크게 틀어둔 채로 테이프에 녹음 떠서 가지고 다니며 즐겨 듣기도 하고 그맘때 한참 영화계에서 유행했던 레오스 까락스의 ‘나쁜 피’에 나온 곡이 데이빗 보위 곡이라길래 찾아 듣기도 하고…
가수라는 걸 알고 앨범도 한장 샀던 것 같은데 대략 시기 보니 ‘Outside’ 음반이었던 듯. 이 음반 때문에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까지 챙겨봤었는데 다 보고도 대체 내가 뭔 영화를 본거냐 했었던 기억도 나고… =_=

갑작스러운 데이빗 보위의 부고 소식은 난데없이 나를 고등학교 시절로 돌려보내는 기분.

그 사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그의 별로 돌아갔을 거라 믿을 거고

나에게 데이빗 보위는 역시 이런 이미지인지라 지하세계로 가서 고블린 왕이 되었을 것만 같다.

https://youtu.be/YoDh_gHDvkk

by

/

2 respon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