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외가집에서 발굴했다며 보내준 사진.
기억에만 아슴아슴하게 남아있는 예전 외가집 대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외가집은 언제나 가고싶은 곳이었고 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이 그리 즐거웠는데.
저 집은 아직도 화장실이 집 밖에 있는 구조라 어린 나와 내 동갑 사촌은 어려서 그 화장실을 쓰지도 못해 요강을 썼더랬다. 지금 다시 본다면 그리 크지도 않겠지만 그때만 해도 넓다고 생각했던 시멘트 발린 마당이 대구의 더운 한여름 낮에는 큰 고무 대야 덕에 수영장도 되었고, 안방에는 다락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궁금해서 올라가고 싶어하면 쥐가 있어 안 된다고 못 올라가게 막으셨다…;
저맘때는 외할머니가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있으시면 어린 동생 때문에 엄마가 힘들다고 올라올 날의 기약도 없이 휘익 데리고 내려가셨는데 가면 혼자여서 심심한 날도 있고 운좋게 동갑인 사촌이 올 일이 생겨 둘이 지지고 볶으며 놀기도 하고 그랬더랬다.
할머니는 밥을 잘 안 먹으면 ‘서울로 보내버린다’고 하셨는데 별나게 즐거운 일만 있는 것도 아니건만 집보다 외가집이 더 좋았던 건지 집에 가기 싫어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저 뒤로 몇년 뒤에 외가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저 동네는 지금 어찌 되었나 궁금해져서 지도로 찾아보니 작은 주택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었던 곳이 이제 고만고만한 빌라들이 모인 빌라촌이 된 모양이다.
지도를 보다보니 분명히 사촌이랑 둘이서만 도청까지 놀러도 갔던 기억이 있는데 거리가 제법 돼서 놀랐다.
(왜 둘이만 간 걸 기억하냐 하면 갔다가 사촌이 분수대 안에 들어가보고 싶다고 가장자리 철제 울타리에 고개 들이밀다가 머리가 끼어서 내가 집까지 할머니를 부르러 갔었거든. =_=)
저 시절만 해도 5-6살짜리들이 저 정도 거리를 오락가락해도 별 상관 없었던 모양.
아직도 가끔은 할머니는 화투치러 점방 가시고(…) 나 혼자 마루에 드러누워 빈들거리던 어느 오후가 생각나곤 하는데 저 사진을 보니 이런저런 기억들이 쏟아진다.
그렇게 열심히 데려다 키워주셨건만 이 머리 검은 짐승은 이런저런 핑계로 한참 찾아뵙지도 못했네.
Responses
사진 속 얼굴이 린양이랑 똑같아요!!!!! +_+
제 어릴 적 사진 보면 저랑 많이 닮았어요. 근데 평소에는 아무리 봐도 아빠랑 판박이라서 제 어릴적 모습이 지금 신랑 모습이랑 닮은건가? 헷갈리기도…=_=;;;
어째 저때는 저런패션이 유행했었나 보긴 합니다. 제 사진도 저런 계열의 복장을 입은게 꽤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