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트위터 타임라인에 잠깐씩 책 이야기가 뜨는데 재미있어 보여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번역자가 루시드 폴이었다.
아무 연관도 없지만 그래도 왠지 생소하지 않은 이름이 반갑기도 해서 주문 완료.
사실 큰 기대 없었는데 펼쳐보니 정성들여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여러 나라의 고유 명사들이 간결한 글로 나열되어 있어 잠시 시간내어 쉬는 마음으로 읽기에 편한 예쁜 책이었다.

핀란드에서 ‘순록 한 마리가 쉬지않고 단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뜻한다는 포론쿠세마(PORONKUSEMA), 커피 소비량이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스웨덴의 ‘카페나 집에서 다과를 나누며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것’을 뜻하는 피카(FIKA) 같은 단어를 읽다보면 이런 특유의 고유명사들은 역시 그 나라의 문화나 환경에서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실감이 드는데 그 와중에 브라질/포르투칼어 중에는 ‘사랑하는 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쓰다듬어 주는 것’을 뜻하는 카푸네(KAFUNE) 라는 단어가 있고 일본어 중에는 나뭇잎 사이로 스며 내리는 햇살을 뜻하는 ‘코모레비'(こもれび)가 실린 반면(일본어는 이것 이외에도 세 가지 쯤 더 있음) 단 하나 실린 한국어가 ‘눈치’라는 게 하필이면, 싶기도 하고 ‘답다’ 싶기도 하다.

티에라 델푸에고 제도(여기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겠다만)의 토착어라는 ‘같은 것을 원하고 생각하는(그러면서도 먼저 말을 꺼내고 싶지하지는 않는) 두 사람 사이의 암묵적 인정과 이해’를 뜻한다는 ‘마밀라피나타파이’ 라는 단어를 보면 이런 뜻의 단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막연하게나마 이 곳 사람들이 어떨지-이런 단어가  아예 존재하는 서로가 암묵적으로 말 안하고 동의하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일테니- 그 단어를 한국어로 바꾸면 뭐가 있을까?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재미가 있었던 책.

나야 직접 사서 읽었지만 이 책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 참 적당히 좋을 것 같다. : )

요즘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아재 개그 아닌가. -_-;
요즘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아재 개그 아닌가. -_-; 이게 이 책 번역자 장기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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