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혼자 있는데 웬 할머님이 불쑥 맞은편에 앉으셔서 순간적으로 잡상인이면 어쩌나, 낭패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의 핸드폰을 내미시며 눈이 침침해 잘 안 보이신다고 카톡창에 답으로 보낼 ‘와인을 들고 있는 이모티콘’이 있으면 찾아달라신다.
언뜻 보니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낸 분이 ‘와인이라도 한잔 하자’고 해서 이모티콘으로 센스있게(!) 답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기본 이모티콘 중에는 구체적으로 ‘와인’을 들고 있는 건 없었다.(카카오는 기본 이모티콘에 와인 든 애도 추가해달라!)
대신 맥주잔 든 건 있어서(…) 추천해드렸더니 전송하시고 나름 만족하신 듯 ‘칠순이 넘어 어제 처음으로 카톡 쓰는 걸 배워서 동생들 대화방에 들어갔다’고 묻지 않은 상황 설명을 굳이 하시길래 ‘막상 써보면 별거 없으니 금방 배우실 거예요’ 라고 했더니 안그래도 생각보다 쉽다며 ‘동생들이 언니 잘한다 잘한다 해서 기분이 좋으시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셨다.
동생들과 대화중이라며 굳이 대화창을 후르륵 올리며 보여주시는데 언뜻 보기에도 김치 담근 사진부터 하루 사이에 뭐가 잔뜩 올라와 있더란.
앞으로 와인 든 이모티콘을 보면 뜬금없이 오늘 일이 생각날 것 같다.